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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보낸 URL이 다음에서 검색되네요…카톡이 왜 이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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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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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경제부문 기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카톡)에선 별의 별 얘기가 오간다. 공유하고 싶은 뉴스 웹페이지의 주소(URL)는 물론 사진·동영상·문서도 카톡을 타고 넘나든다. 특히 업무용 메신저 대신 카톡으로 회사일도 처리하는 경우엔 업무용 웹페이지들도 카톡으로 주고 받는다. 그런데 이 대화의 재료들이 불특정 다수인 누군가에게 노출된다면 어떨까.

검색 서비스 위해 사생활 등한시
논란에도 트윗 세 줄 해명이 전부
감청 논란 일으킨지 얼마 됐다고…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 정확히는 카카오와의 계약(약관)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만 4000만 명이 카톡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믿음이 배신당했다. 카카오가 최근까지 사용자들이 카톡에서 지인들과 주고 받은 웹페이지 주소를 다음(DAUM) 검색에 노출하고 있었다. 지난달 말 오마이뉴스가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 회사가 카톡으로 주고받았던 내부 웹문서 주소가 카톡 대화 1시간 뒤 다음검색에 ‘미리보기’ 형태로 노출됐다는 주장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에선 비슷한 제보들이 이어졌다. 검색엔진에 노출되지 않는 개인 클라우드에 있는 웹페이지를 카톡에서 주고 받았더니, 잠시 후 다음에서 검색되더라는 체험담이다. 지금 사용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내 e메일 첨부파일을 훔쳐본 것과 뭐가 다른가”, “카카오톡이 ‘또’ 이럴 줄 몰랐다” 등등.

반면 카카오의 반응은 지난달 27일 밤 늦게 트위터에 올린 세 줄짜리 트윗이 전부다.

“검색이 허용된 ‘공개 URL’이 카톡으로 전달되는 경우에는 올 1월부터 다음검색에 반영했다. 사용자 우려를 감안해 이날부터 연동을 중단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카톡에서 주고받은 웹페이지 중에 다음검색이 허용된 경우에만 검색결과로 활용한 것”이라며 “다음검색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개 URL’이란 홈페이지 운영자가 네이버·다음·구글 같은 검색엔진의 정보 수집에 동의한 웹페이지를 의미한다. 즉 카카오는 ‘애초에 검색엔진들이 끌어다 쓰도록 설정된 웹문서였으니 카톡에서 주고받았더라도 문제는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웹페이지의 설정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자의 카톡 기록과 다음검색을 연동시킨 것 자체가 문제다. 사용자들은 ‘특정 웹페이지를 카톡으로 주고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프라이버시(사생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카카오 주장대로 어차피 언젠가는 공개될 웹페이지였다면 다른 경로를 통해 검색자료로 활용하는 게 맞다. 많은 사람들이 e메일로 공개된 웹페이지 URL을 주고 받지만 검색 사업자들이 자사의 e메일 서비스를 검색 연동 대상에 삼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이수진 팀장은 “흔히 보안문서를 주고받는 구글닥스·드롭박스 또는 유튜브 링크는 다음검색에 연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카카오가 ‘사생활 보호’라는 원칙을 자사의 검색 비즈니스를 위해 등한시한 결과다. 시장점유율 10% 안팎을 오가며 구글의 추격을 받는 다음검색으로선 카카오의 가장 경쟁력있는 서비스인 카카오톡에서 흐르는 웹문서들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4년 가을을 달궜던 ‘카톡 감청’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는 기업이라면, 당시 검찰 감청 요청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지난해 입장을 바꾼 기업이라면 더 신중했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라도 다음검색과 카톡을 얼마나 연동했는지 관련 정보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2년 전 교훈을 잊지 않았다면 이번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박수련 경제부문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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