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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활성화 정책이 '헛바람' 넣은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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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연초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코스닥 시장이 기력을 잃고 헤매고 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식의 자조적인 반응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벤처.코스닥 활성화 대책이나 정부 주도의 각종 사업이 오히려 투기적인 매매를 부추겨 투자자들을 멍들게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짝 상승=지난해 12월 370대에 머물던 코스닥 지수는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올 들어 한달 보름 만에 500선을 돌파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줄기세포,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테마주들은 수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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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각종 테마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수가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대에 못 미친 정보기술(IT) 경기와 미 나스닥 지수의 하락도 코스닥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표적인 DMB 테마인 서화정보통신은 연초부터 지수가 고점을 찍은 2월17일까지 2.3배 올랐다. 그러나 이후 두 달간 이 회사 주가는 40% 내렸다. 줄기세포주인 이지바이오는 2000원 하던 주식이 7000원을 넘었다가 3000원대로 다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손해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봤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대 주주나 창업투자회사 등이 털어낸 물량을 대부분 개인들이 샀다"며 "뒤늦게 코스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는 테마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했다"고 말했다.

◆여전한 구태=코스닥의 고질병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연간 회계 감사와 관련해 상장 폐지 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17개 이른다. 2년여 침체기를 겪으며 쭉정이가 상당히 솎아졌다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설명과 달리 지난해(19개)와 별 차이가 없었다. 후야인포넷.하우리.인츠커뮤니티.코닉테크.코디콤 등에선 횡령사고도 잇따랐다.

정부가 발표했던 시장 활성화 대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상장기준을 완화했지만 3~4월 공모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또 이달 초로 예정됐던 '스타지수'의 선물 상장 등은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정부의 활성화 대책은 시장의 기대만 부풀게 하고 근본적인 시장 환경을 바꾸지는 못했다"며 "이벤트식 대책보다는 시장 감시 기능 강화 등 내실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전망은=일단 한 박자 쉬면서 시장 주도주의 재편 여부를 살펴보라는 충고가 많다. 삼성증권은 "이번 조정을 계기로 시장 주도주가 단기 테마주에서 우량 기술주로 재편된다면 직접투자뿐 아니라 간접투자상품(펀드)의 투자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은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다"며 "기술 표준으로 채택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주성엔지니어링.휘닉스피디이.소디프신소재 등을, 대우증권은 크로바하이텍.파워로직스.아시아나항공.에스에프에이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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