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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이야기] 대마초 합법화 논란 사회비용부터 따져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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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우리나라에서 마약은 금기고, 범죄다. 패가 망신의 지름길이며 살인 등의 범죄도 유발한다. 그래서 정부도 중죄로 다스리고 있다.

그런데도 마약 투여자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마약 사범 중 투약 범죄 비중은 1990년대 초반 40%에 못 미쳤지만 2000년부터는 70%대로 늘었다고 한다. 단속과 처벌 위주의 마약 접근법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김춘진 의원(열린우리당)이 '마약류.환각물질 남용자 및 중독자의 치료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치료와 보호에 역점을 두겠다는 발상이다. 국민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예전엔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된 사람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대마 관련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냈고, 그에 관한 찬반 논란이 활발히 일어날 정도가 됐다.

경제학도 단속과 처벌 위주의 정책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마약의 윤리적.도덕적 문제는 별개다. 어떻게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예방할 수 있을지가 경제학의 관심사다.

마약은 수요자들이 그 값이 얼마든 개의치 않고 구하려 한다는, 다른 상품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수요가 가격에 대해 매우 비탄력적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마약 제조.공급자들은 큰돈을 벌게 된다. 마약이 불법이고 단속이 심할수록 더욱 그렇다. 단속의 손길만 피한다면 떼돈을 벌 수 있어서다.

정부로서도 무한정 단속할 순 없다. 단속에 돈이 들어가서다. 이 돈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에 국민의 전폭적인 동의를 얻어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반면 마약을 합법화하면 범죄자의 이윤은 줄어든다. 따라서 단속 비용과 마약으로 인한 범죄 비용은 줄어들겠지만 대신 다른 비용이 늘어난다. 중독자가 늘면 사회 전체의 노동력이 줄고 치료 비용도 많아진다.

이렇게 보면 마약의 합법화.불법화는 일의적으로 판단할 성질이 아니다. 계속 불법화했을 때 생기는 범죄와 단속 비용이 더 큰지, 아니면 합법화에 따른 중독 비용이 더 큰지를 따진 뒤 판단해야 한다.

대마초 논쟁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대마초는 중독성이 비교적 덜하고 폐해도 적다. 불법화에 따른 비용은 다른 마약과 똑같지만 합법화했을 경우의 비용은 다른 마약보다 적다는 얘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마초는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판매를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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