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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시험 5주 전부터 수학 문제집 10권 풀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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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남고 3학년 이예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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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양은 단과 학원이 끝난 밤 10시에 독서실로 가서 매일 1시간씩 공부한다. 봄철 들어 공부에 집중이 안 되자 스스로 독서실에 등록해 마음을 다잡았다.

1교시 시작 전, 자기 전 자투리 시간 활용
슬럼프 땐 독서실 등록해 공부 환경 변화
수업 내용 모두 쓰고 다시 정리하며 외워

옛날부터 어른들은 공부에서 ‘엉덩이 힘’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했다. 끈기 있게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광남고 3학년 이예린양은 중간고사 준비를 위해 시험 5주 전부터 책상에 달라붙는다. 수학 문제집을 10권, 과학 문제집을 6권씩 풀며 다양한 문제 유형을 접하고 자신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을 파악한다. 성실한 마음가짐은 이양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 봄바람이 불며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독서실을 등록하고, 잠들기 전 자투리 시간 활용을 위해 따로 문제집을 구비했다. 가벼운 수학 문제를 풀며 스트레스를 날린다는 이양을 만나 공부 비법을 물어봤다.

이예린양은 중학교 1학년 때만 해도 반에서 5등 안에도 들지 못했던, 성적 면에서는 그리 특출할 게 없는 학생이었다. 전교 1등을 처음 해본 건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다. 이양 특유의 성실함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간 것이 비결이다.

가장 약한 과목 중 하나인 영어는 교과서 본문을 통째로 달달 외워 관사 위치 하나까지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준비했다. 덕분에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 전교 101등을 했던 영어 성적이 중학교 3학년 1학기에는 전교 2등으로 올랐다.

단기간에 성적이 놀랍게 오른 비법을 묻자 이양은 “시험 준비 기간을 늘렸다”고 답했다. 학교 시험 준비를 1주 했을 때와 3~4주 했을 때 성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는 것이다. 보통 학생들이 빨라도 2주 전부터 시험 준비에 돌입하는 데 비해 이양은 시험 기간 5주 전부터 주요 과목을 준비한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딱 3주 정도 휴식기를 가지고 바로 기말고사를 준비한다. 말은 쉽지만 보통 인내심으로 안 되는 일이다. 소위 말하는 ‘엉덩이 힘’이라고 할까. 버티고 앉아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끈기와 참을성은 이양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공부 시간이 긴 만큼 이양은 문제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푼다. 여러 문제를 접하며 자기 약점과 실수를 보완한다. 수학의 경우 올해 3월 들어 중간고사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10권의 문제집을 풀었다. 과학 과목도 많을 때는 6권씩 문제집을 풀어 본다. 이과인 이양은 수학문제 풀이 자체에서 재미를 느낀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크게 들으며 난도가 낮은 수학 문제를 푸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말한다.

문제를 많이 풀수록 어떤 유형에서 자주 틀리는지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실수가 잦은 문제를 더 풀어보는 식으로 보완한다.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에게 이양이 취약한 부분을 다룬 문제집을 추천해달라고 묻거나 문제 프린트물을 더 달라고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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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시간 스마트폰 잠금 앱 사용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것에도 능숙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올해 4월이 개인적으로는 슬럼프였다고 말한다. “날씨가 풀리는 시기가 가장 힘들다더니 4월부터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이양은 사설 독서실에 등록했다. 하기 싫다고 놓아버리기보다는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억지로라도 조성한 것이다. 독서실을 다녀와 집에서 잠들기 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이 시간에 푸는 문제집을 따로 정해놨다. 나태해지지 않을 장치를 스스로 마련하며 공부에 몰두한다.

이양의 하루는 촘촘하게 짜여 있다. 등교 후 1교시 시작 전까지는 주로 수학 문제를 풀거나 인터넷강의를 스마트폰으로 듣는다. 학교에서는 집중이 잘 안 돼 수학과 같이 문제가 잘 풀리는 과목 위주로 공부하고 국어나 영어 등 자신 없는 과목 공부는 혼자 있을 때 한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점심에도 공부하지만 무리하지는 않는다. “2학년 때까지는 가끔 졸았는데 3학년 되고 나서는 잠들지 않으려 애쓴다. 특히 과학 과목은 학원에 다니지 않아 개념 공부를 학교 수업에 의존하고 있어 절대 자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문학과 한국사 방과후수업을 매일 듣는다. 이후 단과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밤 10시에 독서실로 돌아와 1시간 공부 후 집으로 돌아간다. 밤 12시부터 12시반까지 문학과 영어 문제집을 한 챕터라도 꼭 풀고 잠자리에 든다. 여느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이양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하는 것을 즐기지만 3학년이 되고 나서는 좋아하던 웹툰도 적게 보는 등 여가 시간을 줄였다. 공부하는 동안은 딴짓하지 않도록 일정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잠가 놓는 앱을 실행한다.

혼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학교 수업에서는 개념 정리에 치중하니 문제 풀이를 해줄 학원 수업이 필요했다. 수학과 영어 단과학원 2곳을 일주일에 각각 2일씩 간다. 동네의 작은 수학학원에 다니는데 한 명 한 명을 잘 챙겨준다는 장점이 있다. 수학 문제를 무한정 풀어보는 이양에게 학원은 ‘문제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학생들은 숙제로 내준 프린트만 풀어오는 반면 이양은 계속 프린트를 추가로 더 요청해 여러 단원의 다양한 난이도 문제를 접한다.

영어 과목은 3년간 강남 대치동 학원에 다녔다. 영어는 내신도, 모의고사도 안정적으로 점수가 나오고 있어 학원 공부만 따라가고 별도로 문제를 많이 풀지는 않는다. 대신 문장이 들어갈 위치를 맞추거나 문장 내 단어 순서를 맞추는 등 이양이 자주 틀리는 문제 유형만을 다룬 문제집을 공부한다. 어휘는 1주일에 500개 정도씩 암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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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해야 할 공부의 양과 학습 진도를 꼼꼼하게 적어 놓은 스케줄 표와 알기 쉽게 정리한 생물 과목 노트 필기.

약한 과목은 기초 문제부터 점검

이양은 스스로 “허점이 아주 많은 학생”이라고 평가한다. 매번 비슷한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 독해를 잘못해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자기가 쓴 글씨를 잘못 봐서 계산 도중에 답이 잘못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순전히 실수로 틀린 것까지 전부 오답노트에 정리한다. 적어서 기억에 남겨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스스로 암기력도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수업 시간 선생님이 설명한 내용도 금세 잊는다. 그래서 수업 내용을 최대한 세세하게 기록한다. 엉망으로 쓰는 한이 있어도 빼놓지 않고 다 기록해놓은 다음 나중에 다시 필기를 정리하며 외운다.

가장 자신 없는 과목은 국어다. 특히 문학 과목은 특정 보기를 답이라고 확신했는데 오답이라서 당황한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이과형 두뇌’다. 내신 국어 점수는 상위권인데 수능 모의고사 점수가 오르락내리락 편차가 심하다. 따로 사교육을 받기보다는 기초문제를 최대한 많이 풀어보는 것으로 문학 과목을 보충한다.

수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난도 높은 문제에서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학교나 학원 선생님을 붙들고 이해가 될 때까지 여러 번 질문을 던지며 매달린다. 이양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를 붙잡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풀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답이 나온다”고 말한다. 귀찮거나 어렵다고 고난도 문제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실력이 더 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진로는 고민이다. 한때 서울대 공대를 지망했는데 학과 체험 프로그램을 미리 다녀보고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서울대 의예과로 지망 학과를 바꿨다. “사람을 살리는 의미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 의예과를 생각하게 됐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페이스대로 성적을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책상 위 교재
○국어:
마더텅 수능기출문제집 국어 문학(마더텅),
           마더텅 수능기출문제집 국어 독서(마더텅)
○수학: 수학의 정석 실력편(성지출판), 블랙라벨(진학), 일품수학(좋은책신사고)
○영어: 학원 자체 제작한 문제 유형별 문제집

글=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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