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방송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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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북한은 소위통일혁명당의 명칭을「한국민족민주전선」으로 바꾸고 통혁당방송국도 「구국의 소리」로 고쳤다고 한다.
아마도 요즘 우리사회의 운동권에서 내걸고있는 「민주쟁취」「민중해방」 「민족통일」 의 삼민투방식에 외형적으로 영합, 편승하려는 것인듯 하다.
북한은 통혁당이 남한에서 혁명적인 「마르크스-레닌」 주의 정당으로 조직되어 64년부터 지하활동을 개시했다고 선전해 왔다.
실제로 「통혁당의 목소리」 라는 방송국을 차려 대남흑색선전도 계속했다.
그러나 68년8월 당시의 중앙정보부가 통혁당 간첩단 1백58명을 검거, 그 뿌리가 뽑혀 지금 남한에는 그같은 지하당이 존재하지않는다.
그런데도 북한은 통혁당방송국을차려 70년6월부터 대남방송을 계속하면서 통혁당이 아직도 한국에 존재하는것처럼 꾸며오고 있다.
그러나 그 지하방송은 남한에 있지않고 북한의 해주에 있다는 것은 세계가 다아는 공지의 사실이다.
북한이 최근 그같은 유령단체와 비밀방송의 명칭을 바꾼것은 우리사회의 소요가 그들이 말하는 소위 혁명역량의 성숙을 의미하는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65년4월 자카르타에서『3대혁명 역량이 동시에 갖춰질때 조선혁명은 가능할것』이라고 말했다.
「3대혁명역량」이란 「북한의 혁명역량」「남한의 혁명역량」「국제적혁명역량」 등 3가지를 말한다.
이것이 남한을 공산화 할수있는데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라고그들은 보고있다.
북한은 지금의 운동권 움직임은 남한 혁명역량의 증대의 결과이며, 이것이 한국정부를 약화시키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데 유리하게 작용할것으로 판단하고있다.
따라서 이들에 편승하고 영합하여 그들의 기본전략의 하나인 통일전선(연합전선)으로 발전시키려는 의도인것 같다.
남북대화가 진행되고있는 이때 평양의 그같은 작태는 가증스러울뿐아니라 가소롭기 짝이 없다.
우리는 72년의 「7·4공동성명」을 북한측에 상기시키고자한다.
당시 남북한당국은 그 성명의 제2항에서 『서로 상대방을 중상 비방하지 않기로』 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처로서 전선에서는 대적방송을 실제로 중단한바 있다.
그후 이 성명은 북한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되고 남북한 대화는 중단됐다.
상호비방·중상도 재개됐다.
지금 대화는 재개됐으나 「7·4성명」 의 효력이나 「상호비방금지」는 부활되지 않고 있다.
이것의 재생이야말로 대남대화의전제가 돼야 할것임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허황된 망상을 버리고 대남흑색선전과 선동및 내부간섭을즉각 중단할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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