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기본방향 합의"…타결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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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현대상선 직원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 본사 1층을 걷고 있다. 현대상선 측은 이날 “해외 선주사와의 용선료 조정 협상이 상당히 진척됐다”고 밝혔다. [뉴시스]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과정에서 처음으로 ‘합의’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나왔다. 협상 당사자인 현대상선을 비롯해 정부와 채권단까지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번 주 중 용선료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하 목표치 28% 받아낼지 주목
성사 땐 해운동맹 가입 쉬워질 듯

현대상선은 해외 선주사와 개별 협상을 통해 용선료 조정이 상당히 진척됐다고 30일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도 이날 비슷한 취지의 자료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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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한불 공동 핀테크 세미나’ 행사에 참석한 뒤 “컨테이너선 (협상)의 경우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선사들과 기본적인 방향에 합의했고,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해외 선주 경영진이 방한했을 때 불참했던 2개 선사(조디악·이스턴퍼시픽)가 용선료 인하에 반대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소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과정에서 의견차가 크지 않아서 굳이 방한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현대상선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가장 관계가 좋은 선주사가 조디악”이라고 말했다. 이스턴퍼시픽은 2011년 조디악에서 계열분리한 ‘형제 회사’다.

현대상선은 주요 5개 선주(다나오스·조디악·이스턴퍼시픽·나비오스·CCC)에 지난해 전체 용선 대금의 70% 이상을 지불했다. 이들과 협상 타결을 이끌어낼 경우 용선료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다른 17개 선주도 가격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이미 17개 선주사에 최종 제안서를 보냈다. 채권단도 막판 협상 타결을 돕기 위해 확실한 지원 의지를 재차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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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을 비롯한 경영정상화 조건이 충족되면 자율협약을 통해 현대상선이 중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자율협약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정부의 선박 신조(新造·새로 선박을 건조하는 행위) 지원 프로그램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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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용선료 인하폭이다. 당초 채권단은 용선료 평균 인하율 목표치로 28.4%를 제시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꼭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반영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수준이 타당한지 면밀하게 검증해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채권단은 원래 24일(채권단 출자전환 결정)이었던 용선료 협상 시한을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는 이달 말까지 연장한데 이어 다음 달 초로 재연장했다.

한편 용선료 협상과 무관하게 31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는 일정대로 개최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총 8042억원의 공모사채가 대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무 조정 성사 가능성이 90%”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계획대로 순항한다면 채권단은 현대상선과 자율협약을 체결한다.

채권단이 보유한 7000억원 규모의 현대상선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하고, 대주주(현대엘리베이터·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지분을 7대 1로 감자한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은 약 40%의 지분으로 현대상선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반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17.5%)은 1% 미만으로 줄어든다. 글로벌 해운동맹(디 얼라이언스) 가입에도 청신호가 켜진다.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면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열리는 ‘G6 해운동맹 회원사 정례회의’를 계기로 동맹 가입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 반대로 용선료 협상에 실패하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진해운과 합병 시나리오가 재차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문희철·이태경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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