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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아프리카 ‘북한 절친국’ 공략 외교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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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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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우간다 무세베니 대통령과 함께 엔테베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우간다를 방문한 것은 1963년 수교 이래 처음이다. [사진 김성룡 기자]

아프리카의 북한 ‘절친’ 국가들을 상대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외교가 성과를 냈다. 박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안보·군사·경찰 분야에서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이끌어냈다.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회담
북 30년 절친 “한국과 협력 강화”
국방·경제 분야 등서 MOU 19건
1조7000억원대 정유사업도 추진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6년 집권한 뒤 세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면담한 인물이다. 2014년 10월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우간다를 방문했을 때 우간다 공군 조종사들을 북한이 훈련시켜준 데 대해 직접 감사를 표했을 정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2016년)에는 “북한 교관들이 우간다 공군복을 입고 가슴엔 지도자(김일성으로 추정)의 얼굴이 있는 배지를 차고 있다”고 적시한 일도 있다. 그래서 우간다는 ‘북한의 동아프리카 거점’으로도 불린다.

그런 무세베니 대통령이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안보·군사·경찰 분야 협력 중단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우간다는 모든 분야에서 우리와 협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고, 국가 발전전략 추진에 있어 북한과 군사 협력보다 우리와의 실질 협력에 보다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우간다가 안보·군사 협력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고,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에티오피아에서도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반대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은코사자나 들라미니 주마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우간다와 에티오피아를 방문국으로 택한 건 두 나라 모두 북한과 오랜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라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과 무세베니 대통령은 경제·군사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두 정상은 경제 분야 17건 외에 외교·국방 분야 2건 등 모두 19건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방 협력 MOU는 군사 교육훈련과 정보·기술협력, 방산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우간다와 63년 수교한 이래 국방분야 MOU를 체결하긴 처음이다.

두 정상은 또 우간다 최초의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우간다는 총 25억 달러 규모의 호이마 정유공장과 송유 파이프 라인, 저장 터미널을 건설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은 이 중 15억 달러(약 1조7700억원) 규모의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GS건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지난해 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투자협약서가 체결되면 2018년부터 시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우간다에 새마을운동도 활발히 전파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박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우간다 수도 캄팔라 인근의 음피지 마을에 농업지도자 연수원을 개소해 새마을지도자 양성 및 농업기술 전수에 나설 예정이다. 우간다는 아프리카에서 새마을운동 대표 국가로 30개의 시범마을이 운영되고 있으며, ‘우간다 새마을운동 노래’도 있다.

캄팔라=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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