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망막정맥폐쇄증 환자, 심부전 발병률 최대 31%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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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세브란스병원 연구팀 빅데이터 분석

‘망막정맥폐쇄증’이 있는 사람은 심장 기능이 저하되는 심부전(心不全)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망막정맥폐쇄증은 망막에 그물 모양으로 퍼져 있는 혈관이 막혀 출혈과 부종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질환이 생기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대표적인 노년질환이다.

세브란스병원 김성수(안과)·강석민(심장내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100만 명 이상의 개인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빅데이터 중 망막정맥폐쇄증 환자 1754명과 병이 없는 비교군 855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두 집단의 심부전 발병 유무를 추적조사했다. 그 결과 망막정맥폐쇄증 환자군은 11.6%가 심부전이 발병한 반면 비교군은 심부전 발병률이 8%에 그쳤다. 연구진은 망막정맥폐쇄증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부전 발병률이 최대 31% 높다고 밝혔다.

눈은 신체 감각기관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눈에 분포된 혈관과 신경세포를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전신질환을 확인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인자로 꼽힌다. 그래서 당뇨병·고혈압·류머티스 질환뿐 아니라 에이즈까지 눈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망막정맥폐쇄증이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다. 지금까지 동맥경화증·고혈압·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이 망막정맥폐쇄증의 위험 요소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망막정맥폐쇄증이 심혈관질환 중 하나인 심부전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라는 점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김성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 집단의 성별, 고혈압·당뇨병·신장병 등의 만성질환 유무 여부, 거주 지역, 소득 수준 등 다양한 환경 변수를 감안해 얻어낸 신뢰성 있는 통계 분석 결과”라고 강조했다. 강석민 교수는 “망막질환과 심부전 간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만큼 망막정맥폐쇄증이 있다면 환자 본인은 심부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며 “안과의사 또한 망막정맥폐쇄증 환자 치료 시 심장내과 전문의 진료를 적극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부전은 입원 환자 10명 중 3명이 발병 후 4년 내 사망할 만큼 심각한 질환이다. 환자가 지출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아시아·태평양 심부전학회(APCHF 2016)에 따르면 일인당 연간 진료비는 850만원에 달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심장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 6월호에 게재됐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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