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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기획청의 「태평양시대의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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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은 오는 2000년까지 연평균 7%의 경제성장을 계속, 2000년에는 현재의 홍콩 싱가포르정도의 소득수준을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경제기획청이 최근 21세기까지 태평양연안국가(중남미제외)의 경제발전을 예측, 분석해 내놓은 「태평양시대의 전망」에 따르면 태평양연안국가는 2000년까지 EC등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 싱가포르와 홍콩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 현재의 캐나다·호주수준의 선진국으로 부상하고 한국·대만·말레이시아는 현재의 싱가포르·홍콩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은 현재의 한국수준으로 올라 태평양연안국가의 국제적인 지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과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이른바 아시아 4인방을 중심으로 일본 경제기획청의 분석결과를 살펴본다.
2000년대까지 한국 등 4개국의 자본재의 자급률은 급속히 높아져 수출이 수입을 능가함으로써 국내투자를 위해 외부자금을 조달해야할 필요성은 떨어진다. 특히 한국의 경우 무역적자와 외채누적의 주요원인이 되어왔던 자본재 수출입수지가 흑자로 역전됨에 따라 누적채무가 성장에 부담을 주던 상황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한국 등 4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까지 70년대의 고도성장기 때보다는 못해도 연평균 7%정도의 비교적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인구는 1%남짓 늘어날 것으로 보여 l인당 국민총생산(GNP)은 연평균 5.5%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다.
이에 따라 90년대에가면 한국등 4개국의 소득수준은 세계평균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며 이같은 선진국화의 과정에서 비내구소비재·노동집약적 중간재의 경쟁력은 떨어지는 반면 내구성소비재와 자본재의 경쟁력은 강화돼 공업제품수지의 흑자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현재 수입이 수출을 웃돌고 있는 자본재가 80년대 후반이후 수출초과로 역전될 것이라는게 주목할만한 변화다.
이같은 성장의 결과로 한국등 4개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진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2년 현재 6백 80억 달러에서 85년에는 8백 70억 달러, 90년에는 1천 2백 20억 달러, 2000년에 가서는 2천 3백 90억 달러로 늘어난다.
1인당 GNP는 82년의 1천 9백 10달러에서 85년에 2천 3백 30달러, 90년에 3천 40달러로 늘어나며 2000년에는 5천 달러선에 육박하는 4천 9백 50달러에 달한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미·일·캐나다·호주 등을 포함하는 태평양지역 경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GDP기준)은 81년의 1.3%에서 90년1.7%, 2000년 23%로 높아진다.
그러나 아시아 4인방에서 한국의 지위는 현재와 마찬가지. 4개국이 똑같이 2000년까지 연평균7%성장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실상 소득의 격차는 훨씬 커지는 셈이다.
한국의 1인당 GNP가 82년의 1천 9백 10달러에서 2000년에는 4천 9백 50달러로 늘지만 같은 기간중 대만은 2천 5백 40달러에서 6천 7백 30달러로 올라서며 홍콩과 싱가포르는 1만 달러를 넘어서 홍콩이 1만 3천 10달러(82년 5천 3백 40달러), 싱가포르는 1만 5천 2백 80달러로 선진국대열에 들게된다.
또 아세안국가들은 연평균9%씩의 경제성장을 이룩,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82년에 1인당GNP가 1천 8백 60달러로 우리보다 낮던 것이 2000년에 가면 5천 5백 50달러로 오히려 한국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가장 근접한 라이벌로 여기고 있는 대만을 따라잡기는 요원한 반면 현재는 한 수 아래로 느끼고있는 말레이시아에도 따라잡히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미·일등 역내선진국과의 격차는 다소 줄어든다.
일본은 2000년까지 연평균4%의 성장을 이룩해 1인당 GNP는 82년의 1만 80달러에서 2000년에는1만 9천 2백 20달러로, 미국은 3%의 성장률로 1만 3천 1백 60달러에서 2만 3백 60달러로 각각 늘어날 전망.
소득수준의 절대 금액 차는 더욱 넓어지지만 배율로 보면 미국은 82년에 6.9배에서 4.1배로, 일본은 5.9배에서 3.9배로 배율격차는 다소 좁혀지는 셈이다.
태평양연안국가의 경제력비중을 권역별로 보면 한국 등 4인방이 역내 총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2년에 3%에서 2000년에는 5.1%로 확대되는 것을 비롯, 말레이시아·태국·인니·필리핀 등 아세안국가가 3.7%에서 6.6%로, 중공이 5%에서9.1%로 각각 늘어남으로써 이들 지역을 모두 합한 GDP는 82년에 일본의 절반 남짓하던 것이 2000년에 가면 대등한 수준으로 커지게 된다.
이 기간중 태평양지역국가에서 일본의 비중은 20%선을 그대로 유지(82년 20.6%→2000년 20.5%)하는 반면 미국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50%수준(82년 58.3%→2000년 50.8%)을 가까스로 유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문제는 역내국가간의 산업구조개편문제.
무엇보다도 한국 등 4인방국가의 자본재·내구 소비재 등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됨으로써 현재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일등 선진국과의 무역마찰소지가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다.
또 비내구 소비재나 노동집약적인 중간재의 경우도 아세아국가와 중공의 경쟁력이 급속히 확대돼 한국 등 선발개도국과의 마찰이 예상될 수 있다.
이같은 마찰이 현실화될 경우 앞서 예상한 태평양국가의 경제성장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확실해 결국 자유무역의 확대, 과감한 산업구조의 조정과 기술이전 및 국제분업의 환대가 전체적인 성장을 기할 수 있는 열쇠로 지적되고 있다.
각국이 서로 과거의 지위에 연연해서는 공동발전은 커녕 서로가 목줄을 죄는 결과를 빚을 우려가 있어 시장개방의 확대와 상품기술 자본면 등에서의 자유로운 교류의 발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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