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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문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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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 유일의 천문시계인 혼천시계가 국보 230호로 지정됐다. 국보 3호외에 측우대 등 16점도 보물로 지정됐다.
과학기술 문화재가 한꺼번에 빛을 본 건 반가운 정책발전이다
지금까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우리의 과학 유산은 경주 첨성대 하나가 있었을 뿐이었다. 국보 3l호.
한국인치고 첨성대를 모를 사람은 없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천문대다.
그러나 첨성대는 천체 관측대설과 점성 원구제단, 혹은 불교적 우주관인 수미산 표상설이 대두되어 논쟁중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고대이래 우리민족의 창조적 정신과 문화예술능력은 충분히 증명된다.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석굴암은 근년 그 예술적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축조기술의 탁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우수한 과학적 문화재들은 거의 인멸되거나 버려지고 있었다.
영국 런던 과학사박물관의 기상학실 중앙에는 조선시대 측우기가 전시돼 있다.
하지만 지금껏 세종시대에 만들어진 측우기는 하나도 보존되지 않았고 해방 전 까지만 해도 보존됐던 영조대 측우기도 지금은 볼 수 없다.
측우기를 놓고 강우량을 재던 측우대만 겨우 3개가 남아 이번에 보물로 지정됐다.
태조 때 만들었던 석각천문도는 창덕궁에, 영조대의 풍기대는 경복궁 안 담 옆 한 구석에 내버려지다시피 놓여 있었다.
이번에 국보가 된 천문시계 선기옥형도 62년 미국의 「프라이스」박사가 제10회 국제과학 사학회에서 소개하여 세계에 알려진바 되었을 뿐이다.
우리의 과학문화는 금속활자 인쇄술, 고려청자, 거북선 등 조선술, 의학과 지리학 서적편찬, 천문기상학 관측기기의 발명, 제작 등 눈부신 것이다.
하지만 후손들은 그 문화재를 지금껏 제대로 평가, 보존하지도 못했다. 이 나라엔 과학기술사 박물관이 하나도 없다. 대학에 과학사 연구소나 과학 사학과가 있다는 소식도 없다. 구미 선진국들의 과학사박물관이 엄청난 규모란 것은 더 말할게 없다.
소련은 6백명의 과학사가를 가지고 있는 연구소를 갖고 있다. 중공의 과학사연구소도 전임연구원이 1백명이나 된다.
나라가 무엇을 해야 창조적 문화민족의 긍지를 느낄 수 있고 미래의 과학입국이 가능하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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