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형의 학생상담 효과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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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청소년의 건전한지도 육성을 목적으로한 학부모의 학생상담이 부모들의 열의와 집단상담을 통한 학생들의 솔직한 의견개진으로 그 교육적 효과가 큰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지난6월 서울특별시 교육연구원이 교육학·심리학등을 전공했거나 교사로 일한 경험이있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중·고생을 위한 상담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을 때부터 이 상담사업에대한 열기는 대단했다. 원래 60명의 자원봉사자를 교육시킬 예정이었으나 2백56명이 몰려드는 바람에 일단 1백34명을 교육시키고 나머지는 올가을에 또 교육시키기로 했을 정도.
상담이론·진로교육·성교육등에 대해 재교육받은 주부등은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시내 7개 중학교와 5개 고등학교 외에도 각 교육구청과 서울시 교육연구원의 상담실에 배치되어 상담자원봉사에 나섰다. 상담방법은 특별한 문제가 있는 중·고생을 위한 개별상담과 일반학생들을 10∼20명씩 모은 집단상담.
가슴에다 「까치」 「애기」 「사람」등 자기 스스로 지은 별명을 써붙인 학생들은 『내가 부모라면』 『내가 선생님이라면』등의 가정법으로 어른들에 대한 불만과 기대를 털어놓고,「종이로 나무자르기」를 통해 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해버리는 일들이 얼마나 흔한지를 깨닫게 된다.
지난달 31일 서울 동부교육구청에서 집단상담을 받은 숭인여중학생들은 한 친구가 가출하고 싶은 심정을 털어놓자 서로 가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내 『가출하면 싫어하는 공부에서 벗어날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큰 어려움과 문제점이 생긴다』는 의견을 모았다.
가출하고 싶다던 학생은 『이미 가출했다 돌아온 기분』이라며 『나만 가출하고 싶었던게 아니라는 사실을 안것만으로도 꽤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담을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의 60%가량이 30∼40대 주부들. 교대로 1주일에 하루씩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들어주며 스스로 그 해결방법까지 찾아내도록 유도하는데 『어머니나 언니· 누나같은 친밀감을 주기 때문에 상담교사나 장학사들보다 학생들과 훨씬 쉽게 가까와진다.』 는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방학중 학교에서 상담을 맡고 있는 박순애씨(32)는『보수없이 봉사하는 보람도 크지만 요즘 청소년들을 이해하게 되어 우리집 아이들을 기르는데도 큰 도움이 될것같다』고 말했다. 다른 상담자원봉사자들도『집안일에 방해가 되기는 커녕 예전보다 한결 부지런해졌다』며 기쁜 표정들.
한편 서울시 교육연구원은 86년2월까지 이같은 상담사업을편뒤 그 결과에 따라 차차 전체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확대실시할 계획이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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