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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만 있으면 보험료 지급…보험 허점 노려 11억원 상당 챙긴 일당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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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이나 운전자보험 등에 가입한 뒤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다쳐 보험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 교통사고조사계는 26일 사기 혐의로 A씨(56)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B씨(51·여) 등 7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실손보험과 운전자보험, 자동차보험 등에 가입한 뒤 모두 114건의 고의 사고를 내고 보험사로부터 10억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고의로 낸 사고 114건 중 50건은 일상 생활사고, 42건은 교통사고, 22건은 자전거 사고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2010년 1월 경기도 안산시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알게 된 지인 C씨(48·구속) 등 2명과 범행을 시작했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받자 A씨는 자신처럼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끌어 모아 총책으로 활동했다. 그는 자신의 아내인 B씨는 물론 아들까지 끌어들여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A씨로부터 보험사기 수법을 배운 C씨 등은 각자 애인 등 지인을 끌어들여 별도로 사기단을 만들어 운영했다.

그러던 중 이들은 사고 직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교통사고와 달리 실손보험은 모든 치료가 끝난 뒤 입·퇴원확인서 등 간단한 서류만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 등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A씨 등은 "등산을 하다가 넘어졌다", "계단을 오르다가 다쳤다", "엘리베이터를 타다 넘어졌다"며 장기 입원하는 등 3억2000만원을 챙겼다.

또 자전거 사고를 가장해 운전자보험으로 2억700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보험료는 저렴하면서 보험금 지급절차는 허술한 운전자 보험에 여러 건 가입한 뒤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며 60일을 입원해 1200만원을 탄 사람도 있었다. 한 남성은 교통사고에 이어 "겨울철 새벽 1시에 맨발로 등산을 하다 눈길에 넘어졌다"고 진술해 154일을 입원하고 3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또 고의로 차량 사고를 내고 입원한 뒤 보험금을 청구해 6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가해 차량 운전자에게는 보험금 수령자가 30만∼150만원씩 걷어 나눠주기도 했다.

경찰은 올해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많은 보험에 가입한 뒤 반복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의심자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초기에는 흔히 알려진 자동차 보험사기를 벌이다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험금 지급 절차가 허술한 실손보험으로 사기 수법을 넓혔다"며 "실손보험이나 자전거 소유자도 가입하는 운전자보험의 경우 진술에만 의존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허술한 지급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등이 입원한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 등이 허위로 입원 날짜를 늘려 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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