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주포럼] “아태 지역, 전 세계 유일하게 핵무기 증가…즉각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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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번영을 위한 2016 제주포럼’이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공식 환영만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했다. 왼쪽부터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홍용표 통일부 장관, 반 총장, 반 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 총리 부인 시티 하스마 여사. [제주=김상선 기자]

북한 핵 개발 문제는 제주포럼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60여 개국 참가 제주포럼 개막
문정인 “실수로 재앙 벌어질 수도”
요한 갈퉁 “한국, 북핵 해결 주도를”
전직 국가수반 등 5000명 참석

포럼 첫째 날인 25일 ‘핵 확산 및 군축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리더십 네트워크’(APLN·공동의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현존하는 핵무기를 즉각 줄이고, 핵 물질 관리를 위한 국제기구에 가입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일본 등 역내 국가들의 핵무장 주장이 제기되는 등 실질적 핵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의 표명이다.

APLN은 성명에서 모든 아태 지역 국가들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핵 물질 보호와 관련한 국제 법률기구에 가입하고 ▶각국 핵 물질 절도 및 파괴 행위에 대한 예방 조치를 개선하며 ▶국제 지원 서비스 및 상호 감시를 활용할 것 등을 촉구했다.

APLN은 아태 지역 전직 국가수반과 장관급 인사, 전문가 70여 명이 참여하는 핵 안보 전문가 그룹이다. 문 교수와 라메시 타쿠르 전 유엔 사무차장보가 공동의장, 개러스 에번스 전 호주 외무장관이 명예의장을 맡고 있다.

문 교수는 “북핵 문제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아태 지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순간의 실수나 오판에 의해 핵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존하는 핵 위협’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타쿠르 전 사무차장보는 “아태 지역은 미국·러시아·중국 등 전통적 핵보유국뿐 아니라 인도·파키스탄·북한 등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에도 가입하지 않은 다층적 핵 위협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매우 취약한 지역”이라며 “이들 국가에서 핵 위험 물질의 80%가 군부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핵안보정상회의조차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러시아 등 전통적 핵보유국이 더 많은 핵무기를 감축하고 핵탄두 추가 보유 동결을 선언하는 등 선도적 역할을 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적극적인 협상과 제재를 병행하면서 핵 위협 제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홍구(본사 고문) 전 국무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데 히로시마 피해자의 20%가 한국인이었단 점에서 한국인 역시 핵무기의 상처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시는 한반도와 한국인이 핵무기의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점에서 북한, 나아가 역내 핵 위협 제거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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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열린 본지 김영희 대기자와 ‘평화학 창시자’ 요한 갈퉁 박사의 대담에서도 북핵 문제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노르웨이 출신인 갈퉁 박사는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를 창설했고, 46년 동안 150여 건의 국제 분쟁을 중재한 경험이 있는 갈등 해결과 평화학의 권위자다.

갈퉁 박사는 북핵 문제 해법을 묻는 김 대기자의 물음에 “지속적인 압박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북한 정권은 압박이 강해질수록 ‘우리가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자’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이 주도해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이동현·전수진·김경희·박성민 기자, JTBC 박성훈 기자, 중앙데일리 김사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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