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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춘향, 첼로는 이몽룡… ‘사랑가’협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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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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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의 공연으로 첫 협연 무대를 갖는 판소리 명창 안숙선과 세계적 첼리스트 정명화(오른쪽). 25일 만난 두 사람은 이번 무대에 대한 기대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뉴시스]

첼리스트 정명화(72)와 명창 안숙선(67). 클래식과 국악을 대표하는 두 거장이 한여름 강원도 산촌 무대에 함께 선다.

안숙선·정명화 예술마을 무대에
6월 남원 비전마을서 국악 연주회
8월 평창 계촌선 클래식 축제 열어

8월19일 강원도 평창군 계촌리에서 열리는 ‘2016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 개막공연에서다. ‘계촌마을 클래식 축제’는 현대차 정몽구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하나다. 작은 시골 마을 계촌리와 판소리의 고향인 전북 남원시 비전리를 각각 ‘클래식마을’과 ‘국악마을’로 지정하고 음악가들과 주민, 동호인들이 거리축제, 음악캠프 등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정명화와 안숙선은 각각 ‘클래식마을’ 계촌리와 ‘국악마을’ 비전리를 대표하는 음악 거장으로, 해를 이어 참여한다. 두사람의 첫 협연이 올해의 하이라이트다.

두 사람은 이번 협연을 위해 임준희 한예종 교수가 만든 ‘판소리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세개의 사랑가’를 연주한다.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모티브로 한 3악장짜리 곡으로 판소리는 춘향, 첼로는 이몽룡 역할을 맡아 대화하듯 사랑을 표현하는 곡이다.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명화는 “서양음악만 하다가 20년 전 귀국해 정착할 무렵에 판소리를 제대로 경험하고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전에는 첼로가 노래를 제일 잘하는 악기라고 생각했는데 판소리도 그렇더라”며 “평소 존경하던 안숙선 명창과 두 장르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하게 돼 자부심이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숙선은 “첼로의 깊은 소리가 판소리와도 잘 맞는 것 같다. 심금을 울리는 판소리의 느낌을 정명화 선생의 첼로를 통해서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2회째인 올해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는 ‘2016 비전마을 국악 거리축제’(6월17~19일)와 ‘2016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8월 19~21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비전마을 축제’에는 안숙선 명창과 피리 명인 곽태규, 철현금 명인 유경화, 젊은 소리꾼 이자람, 앙상블 시나위 등이 출연한다.

‘계촌마을 축제’에서는 첼리스트 박상민, 9인조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계촌초교 학생들로 구성된 계촌별빛 오케스트라, 계촌중학교 오케스트라 등이 나선다. 계촌초교 오케스트라를 대상으로 한 한예종 출신 강사들의 마스터클래스(3~11월), 안숙선 명창과 제자들의 ‘전국 판소리 꿈나무 캠프’(7월25~29일)도 함께 열린다. 계촌초교 오케스트라 마스터클래스는 다큐멘터리(이정익 감독)로 만들어져 내년 제천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주국창 계촌 클래식마을 추진위원장은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인구 490명에 고랭지 채소 농사를 짓던 작은 마을이 변하고 있다. 폐쇄 위기에 놓였던 학교가 살아나고 지역발전의 계기도 마련됐으며 주민의식도 변했다”고 말했다. 유영학 현대차 정몽구재단 이사장은 “일상에 문화적 가치를 심고 인재를 양성하며 지역 문화 발전을 도모하자는 게 취지”라며 “3년 계획이지만 성과에 따라 지속·확대 여부를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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