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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새' 이신바예바 "올림픽 출전 금지는 인권 침해…소송도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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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기록을 28차례나 경신한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34·러시아)가 오는 8월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에서 두 차례, 세계선수권에서 세 번이나 금메달을 따냈던 이신바예바의 비상이 러시아의 '약물 스캔들' 로 인해 중단될 위기다.

이신바예바는 24일 AP와 인터뷰에서 "올림픽 출전을 막는 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명백한 차별 행위"라며 "러시아에 불리한 결정이 나오면 인권 관련 국제 재판소에 개인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최근 실시한 자신의 도핑 테스트 결과자료를 꺼내보이면서 "소송을 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조직적으로 금지약물 복용을 해온 러시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징계를 내렸다. IAAF가 다음달 18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러시아 육상 선수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지 않으면 이들은 리우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 이신바예바는 금지 약물 복용으로 적발된 사실이 없지만 러시아 대표 선수라는 이유 만으로 징계를 받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이신바예바는 이듬해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14년 6월 딸 에바를 출산한 뒤 아이의 아빠이자 동료 창던지기 선수인 니키타 페티노프(26)와 그해 12월 결혼했다. 30대를 맞아 자연스럽게 은퇴하는 것으로 보였던 이신바예바는 지난해 2월 "리우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며 러시아 CSKA 육상팀에 합류한 뒤 맹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는 이신바예바의 꿈은 약물로 얼룩졌다. 지난해 10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 정부가 자국 육상 선수들의 도핑을 방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한 이후다. 한 달 뒤 IAAF가 징계를 내리면서 이신바예바를 포함한 러시아 육상 선수들은 지난 3월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세계실내선수권대회와 IAAF 다이아몬드리그 등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신바예바는 "도핑 문제는 미국·자메이카 등 다른 나라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만 선수단 전체가 대회 출전을 금지당하고 있다"며 "그들(IAAF)은 내게 경쟁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올림픽 참가는 나의 권리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훈련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는 육상 선수들의 징계 해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탈리 무트코 체육부 장관이 직접 나서 도핑 방지 시스템 개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13일 WADA는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뒤에도 러시아는 도핑 방지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며 IAAF의 징계 유지를 요구했다. 육상뿐 아니라 역도·사이클·봅슬레이 등 다른 종목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이 광범위하게 도핑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지난 18일 토마스 바흐(63·독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도핑 문제에 대한 무관용 원칙은 개인 뿐 아니라 모든 관련자에게도 적용된다. 러시아 스포츠협회 전체에 대해 자격정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육상 선수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선수단 모두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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