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첫 강하훈련, 부모님과 함께해 기뻐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기사 이미지

강하훈련을 마친 유해일 준장과 유준혁 이병, 홍영미 중령(왼쪽부터)이 훈련장을 나오고 있다. [사진 육군]

23일 오후 2시 육군 특수전교육단의 공수 강하장이 있는 경기도 광주시 매산리 상공.

유준혁 이병과 유해일·홍영미 부부
헬기서 차례로 뛰어내려 안전 착지
홍 중령 “내달 전역 앞두고 뜻깊은 일”

특수전복과 공수용 보안경을 쓴 장병 20명을 태운 육군 CH-47(치누크) 헬기가 600m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했다. 헬기 안에선 교관(점프 마스터)이 박수를 치며 손가락 여섯 개를 펼쳐 보였다. “강하 6분 전”이란 표시다. 장병들은 낙하산의 안전고리를 손에 들고 낙하준비에 들어갔다. 일반 스카이다이빙과 달리 군의 낙하훈련은 헬기에 장착된 줄에 낙하산을 연결해 뛰어내리는 순간 낙하산이 펴지는 방식이다. 강하 1분 전, 치누크 안의 빨간불이 파란색으로 바뀌며 헬기 뒷문이 열리자 장병들은 모두 일어나 낙하산 줄을 헬기에 고정시켰다.

이날 강하에선 훈련병을 뜻하는 숫자가 쓰인 헬멧들 사이로 별 하나(준장)와 무궁화 두 개(중령)의 계급장이 보였다. 아들 유준혁 이병과 함께 공수훈련에 나선 유해일(53) 준장과 홍영미(52) 중령 부부였다. 홍 중령은 자신의 안전장치와 함께 아들 유 이병의 장비도 점검했다.

기사 이미지

준장 아빠, 중령 엄마, 이병 아들 ‘가족의 점프’ 유해일 육군 준장(오른쪽·방위사업청 소속)과 아내 홍영미 육군 중령(왼쪽·국방정신전력원 소속), 외아들인 육군 특수 전사령부 유준혁 이병이 23일 고도 600m에서 낙하하는 공수훈련을 했다. 부모와 아들이 한꺼번에 낙하산을 타고 강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준장 가족이 경기도 광주시 특수전교육단에서 헬기 탑승을 준비하고 있다. 홍 중령은 “다음달 전역을 앞두고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가족 강하훈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진 육군]

국방정신전력원에 근무 중인 홍 중령은 “다음달에 30여 년 동안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든 군문을 떠나게 된다”며 “전역 전에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강하훈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군에선 그동안 부자(父子)가 공수훈련을 받은 적은 있지만 가족 전체가 나선 건 처음이다.

홍 중령은 40대 중반이었던 2000년대 후반 특수전사령부 정훈공보참모를 맡았을 때 20대 후배들과 함께 공수교육을 받았다. 7년 만의 공수훈련을 계획하면서 남편인 유 장군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사관생도(육사 42기) 시절 공수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남편이 동의하면서 이날 가족 동반강하라는 새 기록을 썼다.

홍 중령은 “가족 동반강하 훈련을 결심한 데는 아들이 특전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도 감안했다”며 “그래서 D-데이를 아들이 강하훈련을 하는 23일로 잡았다”고 말했다. 유 이병은 입대 전 몸무게가 100㎏이 넘었다. 지난해 징병 신체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원했던 특전사엔 지원할 수 없었다. 그는 1년 동안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몸무게를 20㎏이나 줄였고, 올해 2급 판정을 받아 지난 4월 특전사 검은 베레가 됐다.

교관의 지시에 6, 7, 8번째로 헬기에서 뛰어내린 일가족은 안전하게 목표지점에 착지했다. 강하를 마친 유 이병은 “부모님과 함께 첫 번째 강하훈련을 하게 돼 기쁘다 ”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