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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미세먼지와 고등어 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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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많았던 봄이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기도 하고, 외출을 삼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두웠나 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집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290㎍/㎥으로 높아진다고 합니다. 미세먼지 주의보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를 피지 않는 여성의 폐암과 요리를 연관짓기도 합니다. 요리할 때 환풍기를 켜거나 창문을 열라는 것이 환경부의 권유입니다. 중국이 주범이니, 경유차가 주범이니 따졌던 격한 논쟁이 무색해집니다.

69회 칸 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아이(I), 다니엘 블레이크’가 차지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상을 타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빈손은 아닙니다. ‘아가씨’는 칸에 차려진 영화 시장에서 176개국에 판매됐습니다. 한국 영화로는 최다 판매 기록입니다. 수상은 못 했지만 한국 문화의 실질적 확산에는 더 큰 성과를 남겼습니다. 사실, 외형만 화려했던 '속 빈 수상'도 적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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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들이 바쁜 하루였습니다. 김해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7주기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봉화 마을에 가기 전 여·야 대표들은 거제와 부산에 들렀습니다. 조선업체 대표 등을 불러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치권이 경제 현안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걱정도 됩니다. 가뜩이나 사공 많은 구조조정이 산으로 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의 사례가 머릿속을 스칩니다. 미세먼지 막겠다고 있는 대로 부산을 떨었는데, 정작 가정의 고등어 구이 연기는 놓치는 우를 범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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