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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종가 영국마저 덮쳤다, 거침없는 차이나 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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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축구로 우뚝서겠다는 뜻인 ‘축구굴기(蹴球?起)’를 내세운 중국이 세계축구 쇼핑에 나섰다.

루이캉 그룹, 1042억원 쏟아부어
142년 전통 애스턴빌라 통째 인수
바이두는 AC밀란, 쑤닝은 인터밀란
이탈리아 명문구단도 잇달아 눈독

스페인에 이어 이번엔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명문 클럽을 통째로 사들였다. 잉글랜드의 애스턴빌라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인 샤젠퉁(夏建統) 회장이 이끄는 루이캉(睿康) 그룹이 구단 소유권 100%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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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년에 창단한 뒤 142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애스턴빌라는 2006년 미국인 투자가 랜디 러너가 6220만 파운드(약 1062억원)에 사들여 운영했던 명문 팀이다. 영국 BBC는 ‘루이캉 그룹이 6000만 파운드(약 1042억원)에 구단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만 2700만 파운드(약 439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애스턴빌라는 올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에 그쳐 내년 시즌엔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됐다. TV 중계권료·입장 수익 등이 줄면서 올시즌이 끝나면 500여명의 직원이 해고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엇다. 러너 전 구단주는 이미 지난 2014년 애스턴빌라를 매물로 내놓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애스턴빌라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중국 자본이었다. IT·신에너지·농업·스포츠와 관광 등 6개 분야에 걸쳐 5개의 상장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루이캉 그룹이 애스턴빌라를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루이캉 그룹은 75개국에 걸쳐 3만50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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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까지 스트라이커로 뛸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던 샤젠퉁 회장이 애스턴빌라를 사들인 것은 스포츠와 레저·관광 분야의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잉글랜드의 축구팀을 인수하게 되면 모 기업의 인지도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샤젠퉁은 “애스턴빌라가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고, 톱 6에 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또 수많은 팬을 거느린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클럽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시진핑(63·習近平) 국가주석이 ‘축구굴기’를 외친 뒤 중국 재벌들은 자국 프로축구 팀들의 몸집을 불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눈을 돌려 자본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인 완다(萬達)그룹이 지난해 1월 4500만 유로(약 565억원)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지분 20%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완구 제작업체 라스타 그룹도 에스파뇰(스페인)의 지분 56%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엔 중국미디어캐피털(CMC)과 중국 최대 국유기업 시틱(CITIC)이 맨체스터시티의 모회사인 시티 풋볼 그룹의 지분 13%를 4억 달러(4738억원)에 사들였다. 오마르 베라다 시티 풋볼 그룹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중국과 손잡으면 시장을 더욱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자본의 유럽 축구 침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명문 구단 인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전유통업체 쑤닝(蘇寧)은 인터밀란의 지분 20%,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와 검색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등은 AC밀란의 지분 7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축구 산업 전문가인 사이먼 채드윅 영국 샐포드대 스포츠산업학 교수는 “중국은 축구를 통해 스포츠 산업의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유럽 축구팀 인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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