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조파워시대」 지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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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에서 노조가 위력을 떨치는 시대가 사라져가고 있다. 공정한 제3자의 입장에서 노사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강화되고 있고 근로자 자신들도 노사대립보다는 노사대화를 통해 기업도 살리고 자신들도 살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농업분야 전체 근로자중 노조에 가입된 근로자의 비율은 1935년 13·5%에서 1950년대에는30%를 넘었으나 70년대와 80년대에 들어와서는 이 비율이 떨어지기 시작, 현재는 겨우 19%를 유지하고 있으며 2000년대에는 1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노동 및 경제문제 전문가가 보는 노조세력약화 이유는 여러 가지 이다.
우선 노조의 강경투쟁이 결국은 기업이나 근로자들에게 별로 이익을 가져오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노조가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자동차·철강·광산·철도·항공 트럭수송 등의 업종이 쇠퇴하고 정보·금융등 3차산업이 급속도로 신장되어 노조결성, 또는 노조가입의 필요성이 줄었다.
아울러 노사문제는 이해당사자인 사용주와 고용인간의 직접대화 보다는 제3자인 정부의 개입과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임이 입증됐다.
한편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볼때 노조집행부가 노조원들의 의사를 정확히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노조쇠퇴의 원인이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노조는 근로자들의 신분보호·임금인상 등에 투쟁의 목표를 두고있으나 오늘날 근로자들의 최대희망은 임금인상이나 신분보호 보다는 사회적 책임, 작업의 내용과 만족도, 회사경영 참여등 고차원적이다. 노조가 이같은 근로자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있는 것이다.
미국의 근로자들이 노조가입을 꺼리고 있다고 해서 그들에게 불만이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근로자들의 노조기피 풍토에서 이들의 불만과 애로는 그 대신 법원과 주의회가 맡아 처리하는 경향이다.
또한 근로자들의 노조기피현상이 기업주들에게 반드시 유리하지도 않다. 기업인들은 노조가 없는 환경에서 근로자들과 노사협상을 벌일 경우 그들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해왔으나 실제로는 과거보다 엄격한 통제를 받고있다.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제3자의 입장에서 근로자권익을 보호하는 각종 규제와 법률로 기업주들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같이 근로자들의 권익옹호에 발벗고 나서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희망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노조를 기피하는 추세가 점차 심화되고있다.
이같은 노사관계의 변화는 이제 미국산업계에서 기업문화의 변질을 초래하고 있다. 금융·서비스·하이테크 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전문직이며 또 학력수준도 매우 높다. 과거 육체노동자에 비하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할 필요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현재 3차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전체 미국근로자의 60%를 넘고있다. 따라서 노조의 세력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화이트 칼러 노동자들은 법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미 비즈니스위크지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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