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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송창수, 전 검찰 직원에 거액 주고 구치소 특혜 로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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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여·구속) 변호사의 수임료 100억원 수수 사건과 관련, 1300억원대 투자 사기로 수감 중인 송창수(40) 전 이숨투자자문(이하 이숨) 대표가 구치소 등에서의 특혜를 목적으로 전직 검찰 수사관에게 수천만원을 준 단서가 나왔다.

송씨·브로커 구치소 접견록 입수
브로커, 전직 수사관 강씨 회사 영입
직원, 특별면회 힘쓴 강씨 줄 돈 요구
송 “뭘 더 챙겨줘, 5000만원 줬잖아”

이숨 사건 기록에 따르면 검찰 수사관 출신 강모(49)씨는 지난해 6월 이숨의 상무로 입사했다. 최 변호사와 일했던 브로커 이모(44)씨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송 전 대표는 ‘인베스트’라는 업체를 통한 사기로 재판을 받음과 동시에 이숨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는 송 전 대표 사건을 맡아 수임료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는 17일 송 전 대표의 지난해 8~9월 서울구치소 접견록을 단독 입수했다. 그가 최측근 인사, 브로커 이씨 등과 나눈 60여 차례 대화가 담겼다. 여기에서도 강씨의 역할이 자주 언급된다. 이숨 직원 A씨가 “강 상무(강 전 수사관)가 특별접견 등 일을 많이 보는데 좀 챙겨 주래요”라고 말하자 송 전 대표는 “뭘 더 챙겨줘. 5000만원 줬잖아”라고 답한다. 사건 기록에 따르면 이 돈을 포함해 지난해 6월부터 석 달 동안 이숨에서 강씨에게 급여 등으로 건너간 돈이 모두 7000여만원에 이른다.

브로커 이씨 역시 송 전 대표에게 “특별면회는 일주일에서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들어올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통화도 하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이를 토대로 송 전 대표는 면회 온 최측근 신모씨에게 “내일 검찰 나간다. 거기서 전화하게 해준다고 해서 일부러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틀 뒤 송 전 대표는 “이 안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다. 전화하게 하고 그런 것 자체가…”라고 이숨 직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이 대화들은 브로커 이씨와 전직 수사관 강씨가 송 전 대표의 휴대전화 사용이나 구치소 특별면회 등 혜택 등을 위해 구치소나 검찰 관계자에게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송 전 대표는 또 이씨를 두고 “돈을 어떻게든 써서라도 주위를 완전히 (자기 식으로) 포진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강씨는 지난해 10월 최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이숨에 실사를 나온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며 그들의 급여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당시 법원은 가압류를 인용했다가 몇 달 뒤 취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숨 사건으로 재구속된 송 전 대표를 조사할 때 이씨와 강씨에게 줬던 돈의 규모와 성격, 두 사람의 역할을 추궁했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둘은 법인영업만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다 최근 검찰 조사에선 “이씨에게 거액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고 한다.

2009년까지 수사관으로 재직한 강씨는 이듬해 ‘스폰서 검사’ 수사에서 술 접대를 받고 수사 기밀을 피의자에게 유출한 혐의(뇌물수수·공무상비밀누설)로 구속됐다가 공무상비밀누설만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본지는 이날 강씨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다.

◆검찰, 경찰에 브로커 2명 체포 협조 요청=검찰은 17일 경찰청에 최 변호사와 일했던 브로커 이씨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의 브로커 이모(56)씨에 대한 검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검문이나 순찰 등의 근무를 하면서 수배 중인 두 이씨를 검거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오이석·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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