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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충암고의 담임선택제가 롱런하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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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환·이근희·한재서

지난 2007년 시행한 서울 은평구 충암고의 담임선택제가 80%에 가까운 학생 만족도를 나타내면서 9년째 순항 중이다. 친한 친구끼리 한 반에 몰리는 부작용도 담임을 지망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의 보완으로 어느 정도 해결했다. 그러나 교사들의 만족도는 35%에 그쳐 제도 확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선생님을 상품처럼 고른다는 이미지에 거부감이 커서다. 스승의 날을 맞아 담임 선택제가 가진 다양한 면모를 살펴본다.

충암고는 왜 담임 선택제를 선택했나?

충암고의 신입생 담임 선생님 선택 시스템 화면. 신입생은 학교에서 임시 ID를 발급받아 온라인으로 접속해 담임 선생님을 고를 수 있다. [사진=충암고 홈페이지]

충암고 신입생들은 예비소집일에 담임선생님이 될 분을 직접 만나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은 뒤 온라인으로 원하는 선생님의 반을 선착순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한 학급에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이 몰리지 않도록 중학교 내신을 기준으로 같은 등급의 학생이 3명 이상 배정되지 않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는 경기도 구리고가 지난 2003년 담임 선택제를 실시했다 실패한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서다. 구리고는 당시 한 반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려 학급 간 성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부작용을 겪었다. 대학진학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결국 폐단이 커 폐지했다. 현재는 대구 성광고 등 일부 학교만이 담임 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다.

담임 선택제가 내포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교사들 간의 경쟁을 심화시켜 전인교육보다 입시교육을 우선시할 거라는 우려에 있다. 교사 상품화와 교권 침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충암고는 일반고의 위기 극복 수단으로 담임선택제를 택했다. 충암고가 있는 은평구는 강북 지역에서도 교육 환경이 낙후된 편에 속한다. 우수 학생들이 자사고와 특목고 등으로 빠져 나가 학교 경쟁력이 약해지자 2007년 당시 김창록 교감(현 수학 교사)이 담임선택제를 주도했다.

‘내가 원한 선생님’-‘나를 고른 제자’ 친밀해져

충암고_담임선택제_02

그렇다면 시행 9년째인 지금 학생과 교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2학년 재학생 79명(담임선택제는 1학년만 해당함)을 대상으로 지난해 1년간 경험한 담임선택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담임선택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41명이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해 51.9%로 나타났다. 19명(24.1%)의 학생은 ‘만족’을 택했고 ‘보통’은 14명(17.7%)이었다.

만족하는 이유는 주관식으로 답변을 받았다. 분류해 보면 ‘담임선생님과의 친밀도가 높아져 학생도 교사를 잘 따르고 교사도 자신을 택해 준 학생들에게 더욱 정성을 다해 지도한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학습 동기가 부여돼 성적 향상을 보인 학생이 많다’, ‘학생과 학부모를 배려하는 제도’,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될 수 있어서 새 학기가 어색하지 않다’, ‘담임선생님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이 낮다’ 등 다양한 응답이 있었다.

담임선택제가 불만인 까닭으로는 ‘인터넷 접속이 불가하거나 시간대가 맞지 않는 아이들은 원하지 않는 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가 대부분이었다. ‘서버 폭주가 심하므로 재정비가 필요하다’, ‘선생님을 선택하는 상품으로 여겨 생각 없는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 ‘타 학교에서 온 소수 학생들은 친해지기 힘들다’ 등이 뒤를 이었다. ‘증명사진을 최신 사진으로 올려 달라’, ‘2학년도 담임 선택제를 희망한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교사가 인기 순위의 대상” 불만 여전

충암고_담임선택제_01

교사들의 불만족은 상당했다. 26명의 충암고 선생님들에게 물어 본 결과 ‘만족’은 9명(34.6%), ‘보통’ 9명(34.6%), ‘불만족’ 8명(30.8%)으로 팽팽했다. 만족하는 이유로는 학급 분위기가 향상된다는 것으로 학생들의 만족 사유와 비슷했다.

‘나를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으면 공부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자발적 참여를 통해 더 적극적이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적합한 담임교사가 배치되면 이를 발전시키기 쉬워진다’, ‘학급별 개성이 강화된다’, ‘책임감 등 학생들의 태도가 좋아진다’, ‘선생님과 더욱 원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 등이 긍정적 효과들이었다.

하지만 불만족하는 이유도 만만치 않다. ‘인기 순위식 평가로 오남용돼 교사의 사기가 떨어지고 학생들의 헛된 만족감만 채워 주는 격이다’, ‘친한 친구 무리가 한 반에 몰려 반 분위기가 저해된다’가 가장 많았다.

‘학급의 소수 인원이 소외될 수 있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정확한 정보 부족으로 선택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교사들이 인기 관리를 위해 수업 및 학급 운영을 할 수 있다’, ‘담임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기 위해 선택한다’, ‘문제 학생이 몰린 반의 담임교사의 업무가 과중된다’ ‘담임교사가 주요 과목 담당이라면 공부 의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오지만 담임이 예체능, 기타 과목이라면 노는 의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온다’ 등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처럼 충암고의 담임선택제는 학생들의 쏠림 현상과 교사 인기투표라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학생들을 성적뿐 아니라 출신 학교 등 다양한 기준으로 고루 반 배정이 되게 한다든가 담임 설명회에서 교사가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은 교사의 인기가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선택인지를 신중히 따져 봐야 한다. 김창록 교사는 “학생에게 교사 선택이라는 권리를 준 만큼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백지환·이근희·한재서(충암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충암고지부
도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그래픽=양리혜 기자 yang.ri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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