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반토막 시신 사건은 "계획범죄"…욕설에 앙심 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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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 '반토막 시신' 사건은 피의자 조성호(30)의 계획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욕을 하자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고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해 집 안에 숨겨 놓기까지 했다. 경찰은 13일 이번 사건을 우발적인 게 아닌 계획범죄로 결론 내고 조성호를 살인·사체훼손·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수사본부에 따르면 조성호는 지난 4월 13일 오전 0시쯤 술에 취해 귀가한 동거인 선배 최모(40)씨가 잠자던 자신을 깨워 욕설을 하자 최씨가 잠들 때까지 30여분간을 기다린 뒤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둔기는 범행 전날 자신의 직장에서 미리 가져와 집안 냉장고 뒤에 보관 중이었다.

조성호는 지난 1월 인천의 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최씨를 알게 된 뒤 생활비를 아끼려 2월 말쯤부터 함께 살았다. 하지만 3월부터 최씨와 청소 문제 등으로 갈등이 일었고 최씨가 자신의 면전에서 자신과 부모 욕을 하자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범행 이후 둔기는 다시 직장에 가져다 놓는 치밀함도 보였다.

조성호는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하자 1평(3.3㎡) 가량의 주거지 화장실에 눕혀 놓고 훼손하기 시작했는데 화장실이 좁아 시신의 다리는 화장실 벽면에 걸쳐놨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조성호는 시신을 상·하반신으로 토막해고 유기하는 과정에서 시신의 무게·부피 등을 줄이려 일부 장기와 등 부위 피부조직 등을 떼어냈다고 진술했다.

장기는 화장실 하수구에 버리고 피부조직은 피해자의 피 묻은 옷과 함께 종량제 봉투에 넣어 집 근처에 내다놨다. 이 봉투는 폐기물 수거, 운반차량을 통해 인천시 수도권매립지로 옮겨져 매립됐다. 이후 렌터카를 이용해 같은 달 27일 오전 2시쯤 대부도 일대 2곳에 상·하반신을 각각 유기했다.

조성호는 대부도에 시신을 유기하기 전까지 화장실에서 씻거나 용변을 보는 등 '끔찍한 범행장소'인 화장실을 평소대로 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10일 조성호는 현장검증 당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품은 점과 미리 범행도구를 준비한 점, 최씨가 술에 취해 잠들기 전까지 기다린 점 등으로 미뤄 계획범죄로 결론냈다.

조성호는 심리분석 결과 정신병력이나 사이코패스 성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찰은 현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제한적인 내용만 주목하는 등의 특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유기 이후 '사건'과 '자신'을 분리하려 했고 최씨가 눈에 띄지 않게 되자 사건이 종료된 것으로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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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안산시 등과 협의해 대부도 및 시화호 일대에 폐쇄회로(CC)TV 55대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라며 "또 대부도의 야간 순찰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성호는 지난달 13일 오전 1시쯤 인천시 연수구 집에서 최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대부도 일대 2곳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안산=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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