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장 포괄 수용|경제협력 공동위 설치합의한 제3차 남북경제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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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간의 경제회담은 20일 열린 제3차 회담에서 우리측이 부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한경제협력공동위를 두자는 북한측 제의를 포괄적으로 받아들임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이는 지난 서울 적십자회담에서도 본 바와 같이 북한측의 실현성없는 제의를 정면으로 거부하지 않고 이를 포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실질적인 문제토의에 어떻게 해서든 접근해가려는 우리측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경제회담뿐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일련의 남북대화의 양상이 어떤 모습을 띨지 주목된다.
북한측은 지난 2차 회담에서 1차회담 때 양측간에 의견일치를 본 부분을 무시하고 부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별도의 공동위원회 구성을 주장했었다.
이 같은 주장은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회피하려고 할 때 그들이 늘 해오던 전형적인 협상수법이었던 것이다. 이는 8차 적십자회담에서 북한측이 주장했던 제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때 북한측은 양측간에 이미 합의한 5개항의 의제를 무시하고 「중핵적인 선결과제」라면서 자유왕래문제만을 고집했었던 것이다.
이처럼 북한측이 그들 나름대로의 대화필요성 때문에 남북대화는 끌어가면서도 실질적인 문제토의는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나왔지만 우리측은 가능한 최대의 신축성을 발휘해 북한측을 대화에 묶어두고 가급적 실질진전을 이룩해보자는 자세로 임하고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도.2차 회담에서 북한측이 제의한 내용을 일단 받아들이되 단순한 기구구성에 그칠것이 아니라 「물자교류 및 경제협력추진」을 위한다는 어귀를 삽입, 기구가 실질적 기능을 발휘토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던 것이다.
우리측이 이 같은 내용의 제안을 제시하자 북한측은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측은 우리가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보았었다.
실제 이날 회담에 앞서 북한측 기자들은 우리측 기자들에게 지난 회담 때 그들이 제의한 「북남경제협조공동위원회」구성안을 받아들일 것이냐에 관해 집중적인 질문을 던지며 회의적인 반응을 표시했었다.
그런데 우리측 김기환 수석대표가 기조발언을 통해 북한측 주장을 수용하자 북한측 이성록 단장은 2차 회담 때 주장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뿐인 「합의서안」을 낭독하고『양측의 안을 시간을 갖고 검토한 후 다시 만나자』며 회담을 끝내려했다.
이에 대해 김 수석대표가 기구의 기능을 확실히 해두는 것이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물자교역 및 경제협력추진」을 위해 공동위원회가 구성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자고 제의했다.
이를 북한측이 원칙적으로 받아들여 결국 「남북간의 물자교류 및 경제협력추진과 부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설치에 대한 합의서」를 채택키로 합의하고 오는 4차 회담에서 쌍방이 합의서 문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시키로 하고 회담을 끝낸 것이다.
이처럼 우리측이 포괄적인 수용자세를 보임으로써 2차 회담을 마친 후 교착상태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경제회담은 일단 한 걸음 진전을 보게된 것이다.
그러나 4차 회담에서 북한측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북한측이 남북대화에 임하는 기본자세는 변함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제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2차 회담 때의 주장을 단순히 되풀이 한 것을 합의서라는 형식으로 더욱 얽어매어 우리측에 강요했다.
또 2차 회담 때 우리가 제의한 무연탄 30만t 구입용의나 경의선 등 끊어진 철도의 연결을 위한 기술자 실무접촉 등에 대해서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측은 이 문제는 『이미 원칙적으로 합의된 것이므로 앞으로 구성된 공동위에서 합의하면 된다』고 고집, 조속한 사업실시를 제의한 우리측 주장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4차 회담까지 남은3개월여 기간 중 북한측은 우리측의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경제협력·교역방안 등을 검토하고 나름대로의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부총리급 공동기구라는 새로운 제안으로 실질진전을 회피했던 2차 회담 때의 방식을 또 한번 들고 나올는지, 최소한의 실질협력에 응할는지는 두고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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