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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한 편견 없으면 일하는 데도 장애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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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뇌병변(뇌성마비) 장애인 17세 신은미양

18일 오전 경남 양산시 유산동 넥센타이어 제1공장. 중증 청각장애인인 윤철영(29.청각장애 1급)씨는 반제품 상태로 들어온 타이어 부품을 조립하느라 여념이 없다. 타이어의 뼈대 역할을 하는 보디 플라이 등 여섯 가지 부품은 그의 정교한 손놀림을 거치면서 완제품 직전 단계의 타이어로 탄생한다. 윤씨는 필담을 통해 "월급을 모아 입사 8년 만인 2003년 전세 8000만원짜리 29평형 아파트를 얻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이 회사에는 윤씨와 같은 중증 청각장애인을 포함, 46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종업원(1300명) 가운데 장애인의 비율은 3.6%로 법이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2%)을 훨씬 웃돈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은 간혹 수화나 필담하는 것을 제외하면 여느 비장애인 근로자와 다를 게 없다. 일을 배울 때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생산성이 비장애인보다 낫다. 집중력이 높기 때문이다. 이 회사 성형 공정에서는 비장애인이 하루에 200개의 타이어를 제조하는 데 비해 장애인들은 220~230개나 만들어낸다.

넥센타이어의 경우는 생각만 조금 바꾸면 장애가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예다.

기업 현장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다. 넥센타이어 이상옥 부사장은 "장애인이 때로는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장애인의 진출 분야도 단순 생산직에서 서비스업이나 벤처기업, 연구개발 분야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 교보생명 콜센터(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는 지체 장애인 25명이 일하고 있다. 콜센터 전 직원(430명)의 5.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회사는 장애인 직원을 위해 전용 화장실을 만들고 사무실 출입 문턱을 없앴다. 출퇴근을 돕기 위해 회사 인근에 사택도 마련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씨즐러 서울 청담점은 지난달 말 정신지체 장애인을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했다. 아웃백스테이크도 정신지체.발달장애인 4명을 지난달 말 채용했다.

씨즐러 청담점 강성태(34) 점장은 "업무를 소화해 낼지 걱정했는데 별문제가 없다. 오히려 다른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구시 달서구 약 포장기계 제조업체인 JVM은 지체.청각.언어 장애인 17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중 3~4명은 사무.연구직이다.

이 회사 이희진(36)인사과장은 "장애인은 한 가지 일을 맡겨 놓으면 끈기 있게 잘 해내 숙달만 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반적인 장애인 고용 여건은 아직 열악하다. 국내 장애인은 400만~450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등록한 사람은 161만 명에 불과하다.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5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취업한 사람도 지체.청각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정신지체.발달장애 등 나머지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기 힘든 실정이다. 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연구위원은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만들고 편견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이충형 기자, 양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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