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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형아 출산, 100명 중 5.5명꼴로 늘어…"대기오염, 환경호르몬 등 영향 미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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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기형아를 출산하는 비율이 100명 중 5.5명꼴로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형아 증가에는 대기오염과 환경호르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교수팀은 2009~2010년 서울ㆍ부산 등 광역시급 이상 7개 도시에서 출생한 40만3250명을 분석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2009~2010년 기준 선천성 기형아는 신생아 1만명 당 548.3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306.8명으로 여성(241.5명)보다 더 많았다. 이는 1993~1994년 당시 기형아가 1만명당 368.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 따져보면 심장 이상 같은 순환기계질환이 1만명당 180.8명으로 가장 많았다. 비뇨생식기계 질환(130.1명), 근골격계 문제(105.7명) 등이 뒤를 이었다. 대표적인 35개 선천성질환 중에선 잠복고환과 다지증(손ㆍ발가락이 6개 이상) 등이 가장 많았다. 특히 1993~1994년과 2009~2010년 사이에 가장 많이 늘어난 기형질환은 ‘요도상하열’로 조사됐다. 소변이 나오는 요도의 위치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인데 1만명당 0.7명에서 9.9명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심방중격결손, 장복고환, 낭성신장 등도 같은 기간 크게 늘어났다. 반면 무뇌증과 폐동맥판 폐쇄ㆍ협착 등은 발생률이 대폭 낮아졌다.

연구팀은 심방중격결손증 등 선천성 심장기형의 증가에 심장초음파검사 등 진단 기술의 개선과 산전 검진의 확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또한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잠복고환 같은 생식기계 기형도 비슷한 요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비스페놀A 등 환경호르몬에 임신부가 노출되면서 호르몬 교란이 기형아 출생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질환에선 임신부에게 필수적인 영양소로 꼽히는 ‘엽산’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연구팀은 “선천성 기형과 대기오염과 환경호르몬 등 위혐 요인의 관계에 대한 전국 또는 지역 차원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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