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소중 편집국에 한 통의 e메일이 왔습니다. ‘2016 프로야구 전력 분석’이라는 짧은 제목의 e메일에는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상세한 전력과 올해의 전망이 기록돼 있었어요. 소중 5기 윤현성 학생기자가 작성한 것입니다. 야구 좀 한다는 주변 기자들에게 보여주자 “초등학생이 쓴 것이 맞냐”고 놀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소중 편집국은 우리나라 최고의 야구 전문가로 꼽히는 허구연 해설위원과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과연 허 위원은 학생기자의 분석을 어떻게 봤을까요.
직접 작성한 올해 프로야구 분석 글을 손에 쥔 윤현성 학생기자는 지난달 20일 허구연 해설위원이 있는 KS N(Korea Sports Network)을 찾았습니다. 허 위원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면을 빼곡히 채운 야구 선수들의 사인볼과 각종 야구 사진들에 압도됐습니다. 여러 대의 컴퓨터 모니터가 놓인 책상 위에는 선수들의 기록이 적힌 문서가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선수들의 특징과 경기 성적을 분석한 것들이죠. 해설위원의 길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학생기자 리포트
윤현성 학생기자의 2016 프로야구 전망
잠시 후 환한 미소와 함께 허 위원이 나타났습니다. 두툼한 손으로 현성이와 악수하고 자리에 앉은 허 위원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현성이의 글을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꽤 정확한데? 야구에 관심이 엄청 많은가 보구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덕분일까요. 곧 야구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사무실은 인터뷰 내내 50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현성이와 허 위원이 올해 프로야구 전력분석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10개 구단별로 나눠 소개할게요.
윤현성 학생기자(이하 ‘윤’) “지난해에 두산은 14년 만에 우승을 거머쥐며 기분 좋은 시즌을 보냈지만, 김현수 선수의 해외 진출로 타격이 조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가 잘해주면 김 선수의 공백은 충분히 메울 것으로 보인다. 또 유희관·니퍼트와 함께 좋은 선발진을 꾸리면 한동안은 두산이 최강팀으로 떠오를 것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이하 ‘허’)“같은 생각이다. 선발투수진이 탄탄한 만큼 2강 이상이 가능한 전력으로 보인다.”
허 “외국인 선발 2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구자욱·박한이·이승엽 선수가 있으니 화력은 괜찮을 듯. 5강 이상이 목표여야 한다.”
허 “엄청난 투자로 우승을 노리나 선발투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고전이 예상된다. 144게임이라는 대장정에서 구원투수들이 이어 던지기엔 한계가 있다. 초반 부진을 어떻게 극복하는냐가 문제다.
허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돋보인다. 후반기에는 임창용 선수가 가세하는데다 가을에 합류할 안치홍·김선빈 선수가 있어 의외의 성적을 낳을 수 있는 다크호스다.”
허 “탄탄한 전력에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로 우승에 도전한다. 공격·수비·주루는 좋으나 국내파 선발들의 활약 여부가 중요하다.”
허 “제대로 봤다. 젊은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의 팀이다. 백업 요원이 부족한 게 흠이다. 전반기보다 후반기가 중요할 것이다.”
허 “지난해 선수 보호를 잘해온 김용희 감독의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 받는 한 해다. 외국인 선수 활약 여부에 따라 의외의 선전이 예상된다.”
허 “선발진 3~5번 국내파 투수의 활약에 따라 5강 이상도 노릴 수 있다. 야수들의 힘은 좋은 편이다. 이 힘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허 “젊은 선수들로 대체하면서 5강을 노린다. 전반기를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 히메네스 선수가 타격 중심을 맡으면서 이천웅·서상우 선수의 활약이 기대된다.”
허 “탈꼴찌를 넘어 내심 5강 진입을 노린다. 장성우 포수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와 박경수·김상현 선수 등이 지난해만큼이나 그 이상을 해주면 5강을 노려볼 만하다.”
허구연 해설위원 미니 인터뷰
젊은 선수 칭찬 자주 해요…그만큼 기대가 크거든요
- 해설위원이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 “야구 중계는 PD와 기술진,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이 함께 만들어 갑니다. 해설위원은 아무래도 야구를 직접 해본 선수나 감독 출신이 유리하고, 잘합니다. 야구를 좋아해도 직접 해보지 않았다면 경험에서 우러난 해설을 할 수 없으니까요. 야구를 좋아하는 열정과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되면 좋은 해설위원이 될 수 있습니다.”
- 수백 명에 달하는 선수 정보를 어떻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얘기할 수 있나요.
- “사전에 정보를 엄청나게 수집해야 합니다. 제 경우 선수의 특성, 구장의 특징, 그간의 전력을 준비한 후, 적절한 순간에 바로 해당 정보를 뽑아 해설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합니다. 요즘엔 메이저리그 해설을 하고 있는데 약 30개 팀 1000명의 선수들 정보를 준비하죠.”
- 해설하실 때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 중 어떤 게 더 재미있나요.
- “한국프로야구가 재미있죠.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해설할 때 편한 것은 메이저리그입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할 경우 그 선수를 응원하면 되니까요(웃음). 아무래도 정신적 부담이 적어요.”
- 사심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나요.
- “그런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 칭찬을 자주 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훌륭한 선수로 거듭나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죠.”
-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 “훌륭한 야구 선수였죠. 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어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기 때문에 보람있는 선수 시절을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중 친구들도 꿈에 쉽게 만족하지 말고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도록 하세요.”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행취재=윤현성(고양 정발초 5)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