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클린턴 vs 공포의 트럼프…WP “가장 지저분한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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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3일(현지시간)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사실상 등극하며 미국 대선이 전례 없는 진흙탕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정치가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네거티브의 달인 트럼프가 본선에 뛰어들면서 난타전이 불가피해졌다.

클린턴의 e메일·거액강연료 약점
트럼프, 전례없는 네거티브 펼칠 듯
거친 말이 트럼프에 부메랑될 수도
미 월간지 “오늘 공화당이 죽었다
다른 후보들, 마초적 매력에 무력화”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막말을 자제하지 않을 것이며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를 흠이 많은 후보로 몰아세울 것”이라며 “힐러리 클린턴 캠프는 이번 이 가장 지저분한 대선(the nastiest general election)이 될 것으로 보고 대비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강점은 ‘입’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막말 캠페인으로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낀 백인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내고, 경쟁 후보를 겨냥해선 인신 공격으로 거세게 몰아붙였다. 젭 부시를 놓곤 ‘원기 부족’으로, 여성 후보인 칼리 피오리나에겐 ‘못생긴 얼굴’로 비난했다.

트럼프의 네거티브 선거전은 주류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지만 지지층에겐 내심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후보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우려까지 낳았던 트럼프는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lary)’라고 부르며 클린턴을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 비정치인 출신이라는 그의 경력은 거꾸로 신선함으로 지지층에게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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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오하이오주 유세 도중 활짝 웃고 있다. [AP=뉴시스]

반면 민주당의 클린턴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안주인을 거쳐 상원의원·국무장관을 역임했던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다. 클린턴 스스로 “취임 첫날부터 제대로 일할 대통령”이라고 유세 현장마다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화려한 경력 때문에 신선함은 없다. 또 경력의 이면에선 신뢰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을 공용 업무에 사용한 ‘e메일 스캔들’, 빌 클린턴의 과거 성추문, 클린턴 재단에 들어간 거액의 강연료 등 경력에 담긴 과거가 지지층 확장의 장애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본선에 돌입하면 클린턴의 약점을 노려 대대적인 폭로전에 나설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그래서 약점이 많은 클린턴을 상대로 트럼프가 전례 없는 네거티브로 나설 경우 11월 대선의 향배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개인 클린턴에 대한 공격으로 나서면 본선전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영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약점은 무슬림과 이민자들과 같은 소수민족들을 적으로 뒀다는 것이다. 공화당 정통 보수주의자들과 테드 크루즈 등 당내 대선 경선 포기자들의 지지 역시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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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은 4일 ‘공화당이 죽은 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화당 내 똑똑한 후보들이 트럼프의 비정통적이고 마초적인 매력에 무력화됐다”며 “트럼프가 공화당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고 분석했다. 앞뒤 가리지 않는 막말도 부메랑으로 그에게 돌아올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결을 놓고 “미국인들 다수는 그녀(클린턴)를 좋아하지 않지만 트럼프를 놓곤 무서워한다”며 11월 대선을 비호감 후보와 공포의 후보의 선택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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