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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운호 구명 로비’ 특검 각오하고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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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법조 비리와 함께 회사 비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이 제대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나
‘제 식구 감싸기’ 의구심 커지고 있다
조직 명운을 걸고 의혹 철저히 밝혀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그제 서울 강남의 네이처리퍼블릭 본사를 비롯해 정 대표 측과 50억원 수임료를 놓고 공방을 벌여 온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의 법률사무소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어제는 서울변호사회·서울지방국세청 등을 압수수색해 최 변호사와 검사장 출신 H변호사 등 관련 변호사들의 수임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정 대표의 접견기록과 녹취록, 회사 회계자료 등을 압수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정 대표의 도박자금과 변호사 비용 등이 회사 공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횡령 혐의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정 대표가 면세점 입점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속도감 있는 검찰 수사는 특검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한변협은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이 사건은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와 법원 부장판사 등이 관련돼 있어 검찰이 수사를 담당하면 공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라며 특검 수사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 사이에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 대표는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내사를 받다 2015년 초 무혐의 처분된 뒤 2015년 10월 검찰 재수사 끝에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정 대표에게 회사 돈 횡령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또 항소심에서 1심 구형량보다 6개월 깎아 구형하는가 하면 정 대표 측 보석 신청에 대해선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 달라고 했다. 판사들을 상대로 한 최 변호사와 브로커 이모씨의 로비 의혹도 문제이지만 검찰 수사·기소에 어떤 로비가 작용했는지도 그에 못지않은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수사 과정에서 정 대표를 변호했던 검사장 출신 H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조계에선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H변호사도 수사 대상이다. 증거와 진술 등이 없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 전·현직 판검사부터 변호사, 경찰, 브로커에 이르기까지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다. 정의로워야 할 수사와 재판이 돈다발에 좌우된다는 불신을 키우고 있다. 검찰이 회사 비리와 최 변호사 관련 의혹만 조사하고 사건을 덮는다면 특검 수사를 피할 수 없다. 이제 검찰이 갈 길은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뿐이다. 김수남 총장은 조직의 명운이 걸렸다는 각오로 책임지고 수사를 진두 지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