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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시대 지식인 어떻게 살 것인가|흥사단등 각 사회단체 토론·강좌 활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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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분단시대 지식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관심을 모은다.
흥사단은 5월한달동안 「분단상황의 재인식과 극복 모색」이란 주제를 갖고 4차례의 공개강좌를 마련했다.
분단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대규모 공개강연회를 마련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흥사단측은 지금이야말로 분단상황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실천적 대응이 어느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분단상황에 대한 사적고찰▲80년대 분단상황의 국내외적 조건변화▲분단극복을 위한 실천적 대응모색을 위해 이강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이번 강좌가 지식인들에게 민족분단 현실을 구조적으로 인식하고 분단극복을 위한 노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강좌가 진행되는 동안 강연장은 계속 붐벼 열띤 관심도를 보여줬다.
이 강좌에는 장을병(성균관대) 차경수(서울대) 이대근(성균관대) 이명현(서울대) 정종욱(서울대) 박현채(경제평론가) 송건호(역사학자)씨등이 나섰다.
송건호씨는 『분단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떤 시각에서 통일문제를 볼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분단 40년간 누려온 기득권을 계속 유지, 장악하려는 입장은 통일의 큰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단당시는 물론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냉혹하게 적용되는 주변강국의 「국가이익」 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막연하고 맹목적인 환상은 금물이라는 것.
송씨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민주화를 실천하는 일은 싫고 좋고를 떠나 급변하는 주변정세에 대응하며 분단극복의 길로 나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분단과 지식인의 논리」를 주제로 열린 한 토론회(「한국사회연구」제3집) 에선 지식인이 분단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민족의 구체적 구성원인 민중의 삶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김진균교수(서울대·사회학)는 분단시대 지식인의 과제로 『냉전체제에 굳어진 학문체계를 깨뜨려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작업은 강대국들이 제공해준 이론체계·사유체계를 벗어나서 우리사회를 우리의 역사적 구조에서 바라보자는 것.
김교수는 『지식인은 희망을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말했다. 지식인은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자기해방의 과정을 통해서만 자기기만을 극복할 수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되는 미래의 민족사회에 대한 도덕적 전망과 사회조직적 전망을 찾아나가야할 지식인의 책무를 강조했다.
정윤형교수(홍익대·경제학)는 『지식인은 역사의 어느 단계에서도 민중이 생산해 낸 경제잉여에 기생하는 계층』이었다면서 문화적 기능을 담당하는 댓가로 받는 사회적 예우가 언제나 민중보다 높은 만큼 역사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때 민중으로부터 받을 신랄한 비판은 각오해야 될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4월 크리스천 아카데미「대화의 모임」(민주세대의 성장과 과제)에서 안청시교수 (서울대·정치학)는『우리에게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민주화』라고 규정, 지성세력의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60년대 민주화운동이「이성적 중재자」로 자처한 민주적 지식인에 의해 추진됐으나 지금은 그 추진주체가 상당히 넓어졌다고 말했다.
안교수는 지식인들이 갈등집단들간의 「대안과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실망하고 권력에 거듭 배신당한 나머지 오늘날 정치와 권력이 설 토양을 가꾸고 정치력을 창출할 리더십을 보호하는 작업을 소흘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최장집교수(고려대·정치학)는 『오늘의 분열과 갈등은 이념적일뿐만 아니라 구조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민중운동의 사회적 기반을 구성하는 주변그룹, 즉 산업노동자·도시주변계층·농민·하급중산층등의 이해를 상당부분 포용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 규칙이 통용되는 장내로의 통합이 어렵다』면서 지식인의 주변-중심부문간의 매개적 역할을 강조했다.
또 기독교방송은 29∼30일(하오4시)기독교방송 대강당에서「분단의 상처와 치유」를 주제로 한 강연회를 갖는다. 이호철(소설가) 김동길(연세대) 송건호·이화수(아주대)씨등이 연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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