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박사<83·과기원명예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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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예리한 관찰과 끊임없는 노력」.
일견 국민학교 급훈처럼 평범하기 조차한 이 문구는 우리 화학계의 태두 이태규박사 (83·한국과학기술원명예교수) 가 60여년을 하루같이 마음에 새겨오고 있는 좌우명이다.
『내 경우에 건강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 같아. 강의가 뜸한 방학 때 머리를 식히겠다고 좀 안일해하면 당장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느끼거든, 허허』
이박사에게 있어서 지금까지 건강을 지켜준 파수꾼이 바로「학문에의 끝없는 정진」 그 자체였다는 지론이다.
일본경도제대(35∼45년)·서울대문리대 (45∼48년)·미국유타대(48∼70년)에서 가르친 제자들이 이미 각국학계의 원로로 성장해 있고 현역에서 은퇴한 제자들도 적지 않은 요즈음까지 이박사는 1주일에 3시간의 이론물리학강의와 2회이상의 세미나를 갖고 있다.
『강의준비를 하거나 또렷또렷한 젊은 학생들과 토론을 하게되면 60여년간 해온 학문인데도 때론 새로운 감각이 느껴지곤 해. 정신건강을 위한 신선한 충격과 활력소라고나 할까.』
하지만 육신의 뒷받침도 뒤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소시적부터 좀 약골인 편이었소. 요사이도 눈이 침침할 정도로 잔병치레도 많았고, 그 때문에 조심조심 살아왔다고 할 수 있지』라고 말한다.
섭생은 55년째 해로해 오고있는 부인 박인근여사 (81) 가 세심하게 배려해 온 탓으로 별 문제없이 오늘에 이르렀고, 흡연·음주관계는 기분전환삼아 식사때 와인 한두잔을 곁들이는 정도.
약한 체질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젊은시절부터 명상을 겸한 산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요즈음도 매일아침 6시면 일어나 사택뒤 과학기술원동산을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는 산책을 하고 비가 올때는 산책 대신 실내자전거타기로 보충한다는 것.
하지만 조심조심 살아왔다고 해서 살얼음판 위를 걷듯 소극적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은것이 이박사의 생활이다.
매년 여름·겨울방학때는 2개월에 걸쳐 미국에 있는 장남 회인씨 (미국립로런스리버모연구소·화학박사) 를 비롯해 네 자녀의 집을 어김없이 순회하고 돌아온다. 이박사는 『요즈음 젊은이들이 대부분 총명하고 영특한 것을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예전보다는 어쩐지 끈기가 떨어져 쉽게 자포자기하는 것이 눈에 띄며 특히 학문을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 같아 안스럽다』고 노학자다운 시각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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