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건설 특수 기대…“국내기업 출혈경쟁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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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는 “이란은 어떻게든 개척해야만 하는 시장”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Middle East)·북아프리카(North Africa)를 말하는 이른바 ‘MENA’ 지역의 20여 개국 중에서도 지리적 요충지다. 또 세계 원유 매장량 4위, 천연가스 2위의 자원 부국이다. 인구 역시 7900만 명을 넘어 한국산을 받아들일 ‘소비 잠재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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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주 절벽’ 때문에 구조조정 파고에 내몰린 조선·해운·건설 업체들의 기대감이 크다. 최근 이란 최대의 국영 해운사 IRISL은 1만45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3척을 발주키로 해 주목받았다. 이란에선 현재 7개 해운사가 컨테이너선을 운행 중인데 규모가 모두 5000~7000TEU급으로 작다. 현대중공업도 해당 프로젝트 수주에 뛰어들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수출입 대금결제만 허용되던
국내은행에 있는 이란의 원화계좌
인건·운영비 등도 송금 가능

해운업계도 이번 경제사절단 방문을 통해 이란 선주협회와 상호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여기엔 한국 선원의 항만 출입과 공동물류 협정 같은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다만 인프라 부문을 제외한 전자·자동차·금융·상사 등의 업종은 아직 신중한 분위기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한류 열풍 분위기가 좋지만 아직까지 정밀한 시장 조사는 물론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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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장이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분하게 시장을 분석해 준비하고 프로젝트 수주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정화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과거 중동 지역에선 한국 기업끼리 ‘출혈 경쟁’이 벌어지는 일이 잦았다”며 “정부가 중재를 해서라도 이런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에서 사업을 벌이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지에선 “수주 단가를 낮추려면 한국 기업을 끌어들이면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오아시스’ 기대감이 ‘신기루’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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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물류업 진출을 위한 프로젝트만 해도 현재 중국·독일·일본 등지의 10여 개 기업이 달라붙어 경쟁하고 있다. 자칫 조급한 국내 기업들이 불리하게 계약을 맺을 경우 해당 산업 전체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오경일 팀장은 “아직 미국이 이란과의 거래에서 달러화 거래를 막아놓은 상황도 부담스러운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해 기획재정부는 1일 우리은행·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현행 상품·서비스 매매 등 수출입 거래에서 설치·운영비·영업활동비 송금 등 자본 거래까지 확대키로 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 현지에 인건비·사무소 설치비 등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유경·박성민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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