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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없는 의성·고흥·군위…30년 뒤 내 고향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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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북 의성군엔 지난 18년간 산부인과가 없었다. 하나 있던 산부인과는 1997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러다 올 3월 안계면에 있는 영남제일병원에 산부인과가 개설됐다. 분만 취약 지역에 산부인과를 설치하는 보건복지부 사업에 선정되면서다.

인구 5000만 지키자
소멸 위험 큰 기초단체 전국 80곳
가임여성이 노인 인구 절반 못미쳐
“2030 여성 끌어들일 시설 마련을”

주민 박종환(55)씨는 “애 낳을 사람이 없는데 정상적인 운영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혼식장은 단 두 곳. 예식은 많지 않다. 그중 한 곳에 “6월 중 예약이 가능하냐”고 문의했더니 “토·일요일 모두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반면 노인복지센터는 군청에서 5분 거리 내에만 6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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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이 30년 후 인구가 사라질 위험이 큰 지역 1위로 꼽혔다.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과 국내 252개 기초단체의 인구 현황(2015년)을 분석한 결과다. 각 지역의 전체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비중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조사했다. 가임 여성의 90%는 20~39세에 속한다.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은 20~39세 여성 비중이 10% 미만이면서 65세 이상 비중이 20% 이상인 곳이다. 쉽게 말해 노인이 100명일 때 젊은 여성이 50명 미만(상대비 0.5)인 지역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젊은 여성과 고령 인구 비중을 1대 1로 유지하는 게 최소한의 방어선인데 상대비가 0.5 미만이라는 것은 머지않아 사람이 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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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65세 이상 인구와 20~39세 여성의 상대비가 0.5 미만인 지역은 총 80곳으로 나타났다. 기초단체의 3분의 1 정도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의성군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6.2%로 전국에서 둘째로 높았고, 20~39세 여성 비중은 6.2%로 가장 작았다. 상대비가 0.17로 노인 100명당 젊은 여성은 17명밖에 안 됐다.

지난해 의성군에서는 255명이 태어나고 874명이 사망했다. 하루에 1202명이 출생하고 755명이 사망하는 전국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인다. 전남 고흥군과 경북 군위군이 뒤를 이었다. 가장 젊은 곳은 수원 영통구로 65세 이상 비중이 5.4%, 20~39세 여성은 16.6%다. 상대비가 3을 넘는 곳은 영통구가 유일하다. 영통구에는 삼성전자와 광교신도시가 있다. 창원 성산구와 천안 서북구도 소멸 위험이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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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라고 안심할 순 없다. 최근 10년간 20~39세 여성 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 10곳에 부산 영도구와 대구 서구가 포함됐다. 각각 44.1%, 42.5%나 감소했다. 반면 베드타운이나 산업 기반 시설이 들어선 곳엔 젊은 여성이 몰렸다. 경기도 화성시와 세종시는 10년 전에 비해 20~39세 여성 인구가 각각 86.2%, 52.6% 늘었다.

이 부연구위원은 “수도권이 젊은 층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지만 대도시의 높은 생활비와 일자리 경쟁 탓에 자녀를 낳기 힘든 상황”이라며 “단순한 출산장려책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보육·교육 시설을 늘리고 문화·여가시설을 확충하는 등 정주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이 모여드는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윤·장원석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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