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그러들지 않는 ‘50억 수임료’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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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장판사 출신 최모(46·여) 변호사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이의 50억원대 수임료 공방이 대형 법조 비리 사건으로 번질지, 아니면 두 사람 간 거액 수임료 분쟁에 그칠지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 진원이 최 변호사가 될지, 정 대표가 될지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조비리 확대는 금품 증거가 관건
정운호 측근 출국금지 뒤늦게 확인

어느 경우든 관건은 일방적 주장만이 아닌, 금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은 먼저 정 대표 쪽에 손을 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2~3개월 전 체포영장이 발부된 정 대표 측근 이모씨를 출국금지한 사실이 1일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검찰은 이씨 금융계좌도 추적해왔다. 이씨는 지난 연말 정 대표의 100억원대 상습도박 사건 항소심을 맡았다가 하루 만에 재배당을 신청한 L부장판사와 함께 술자리를 했던 인물이다.

일단 수사의 1차 초점은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이 지하철 역사 내 매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관공서 로비용’으로 정 대표에게서 받아갔다는 9억원의 사용처다. 하지만 9억원과 별도로 이씨가 추가로 금품을 지원받아 상습 도박 건과 관련해 구명로비에 쓴 흔적이 나온다면 파장은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 변호사 측 권모 사무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볼펜 모양의 보이스펜을 보여주며 “최 변호사가 정 대표와의 첫 접견 때부터 모든 대화를 녹음한 게 여기에 담겨 있는데 정 대표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구치소 접견 시에 녹음기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계호업무지침 등 규정 위반이다. 단순 엄포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로비 정황이 담겨 있다면 국면이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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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최 변호사발 법조 비리가 터진다면 발화점은 이숨투자자문(이하 이숨)의 실질 대표 송창수(40)씨와의 관계가 될 공산이 크다. 최근 징역 13년형이 선고된 송 대표의 투자 사기 사건에 최 변호사는 선임계도 내지 않고 관여했다.

송 대표를 변론하고 받은 돈이 27억원이라는 관계자 진술이 검찰 수사기록에 나온다. 송 대표는 서울구치소 동기인 정 대표에게 최 변호사를 소개해 20억원을 수임료로 받게 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 최 변호사가 과시한 인맥이 효과를 봤고 47억원 중 일부라도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면 다른 방향의 법조 비리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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