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물로 일관한 '바보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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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양 TV가 지난달 말 봄철 개편 때 밝힌「단순 오락프로그램을 줄이고 교양정보프로그램을 늘린다」는 편성방침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채워준다는 면에서 환영할만한 조치였다.
그러나 16,17일 이틀간의 TV방영은 이 편성방침에 크게 역행하는 것으로 시청자를 의아하게 했다. 예정됐던 교양물을 오락물로 바꾸는 등 평일인데도 대형 팝뮤직스·서커스·스포츠·드라머 등 오락프로그램 일색이었다.
MBC-TV는 16일 밤10시45분 당초 방영예정이던 외곬인생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인간 시대-고독한 여로』대신 갑자기『지상최대의 서커스』를 방영했다. 17일도 저녁 6시30분『젊음이 있는 곳에』에 이어 7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TV 팝스 스페셜』을 방영했다.
9시 뉴스에 이어 『주간연속극-엄마의 방』을, 곧이어『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내보냄으로써 17일 밤 6시간30분동안의, TV방영 중 뉴스 1시간20문을 뺀 나머지 대부분 이 그저 보고 즐기는 오락프로였다.
KBS 제1TV도 마찬가지로 17일 밤9시40분부터 당초 제2TV로. 방영하려던『유미식코리아선발 전야제』를 1시간30분 방영한데 이어 심야인1시10분∼12시에『팝의 여행』을 방영했다.
이는 특히 봄철 개편 때 신설된 교양프로그램『집중분석, 알고보면』과 『다큐멘터리기행』을 빼고 대신 방영한 것으로 이 두 프로그램은 신설된지 한달이 다 되도록 단 1회의 방영에 그쳤다. TV는 과연 놀이마당일 수 밖에 없는가. 양 TV는 한결같이 50%이상의 교양물 방영을 약속하고서도 주말도 기념일도 아닌 평일에 오락물 방영으로 일관한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TV는 그저 보고 즐기는데만 필요한「바보상자」라는 소리를 내내 면하지 못할 것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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