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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잡념이 생기면 작업이 안돼. 정신통일이 중요해요…』
22세때부터 금속과 더불어 64년간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정섭옹 (인간문화재35호·조각장) 은 그래서 표현대로『언제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려고 노력해왔다』고 했다.
김옹은 금·은·알루미늄 등 금속그릇이나 판에 정으로 일일이 무늬를 파서 여기에 오동(새까만 동) 또는 은사 이사를 메워 완성하는 상감조각 공예의 대가. 고된 작업이지만 『선천적으로 건강한 틈을 타고난 끈기있게 일을 계속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옹은 지금까지 큰 병을 앓은 기억이 없다. 젊어서 축구를 조금 한 것 외에는 특별한 스포츠를 하지 않았는데 건강한 것은 96세까지 수를 누린 어머니의 체질을 이어 받았기 때문인 듯.
『한마음으로 바른 것에 따르면 하늘이 감응할 것이요, 만사에 너그러움을 따르면 저절로 복이 온다』. 서예에도 일가견을 가진 김옹이 쓰는 글로 장인인 그의 인생관이요, 마음의 건강 비결이다.
그의 건강을 받쳐주는 세가지 요인은 언제나 왕성한 식욕으로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과 숙면, 그리고 일에 열중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분석한다.
그러나 잘 먹되 과식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 둘은 며느리가 차려주는 대로 두부찌개·김치·생선·나물국·밥1공기 등으로 식사를 한다.
아침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우유 1컵을 마신다.
장년시절에는 자녀들이 선물한 인삼·별꿀 등을 많이 들었다. 담배도 5년전 아들의 권유로 끊었고 애주가이나 과음은 하지 않는다.
전에는 새벽5∼6시에 자택(서울종암1동2의26) 뒷산에 올라갔으나 2년전부터 다리가 아파 못하고 대신 아침식사 후 30∼4O분간 동네를 한바퀴 산책한다.
김옹은 보성고보를 다니다 3·1운동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하자 학업과 출세의 길을 버리고 조각장으로서 예도의 길로 들어섰다.
이왕가미술제작소의 조각장 이항원에게서 조각과 서예를 배웠다. 그후 이곳에 살면 오세창, 김은호씨 등과 지기의 인연을 맺었다는 것.
최근 은으로 된 오동상감화병을 완성했고 호랑이 무늬의 알루미늄 벽걸이를 제작 중이다.
김옹의 기예는 한집에 사는 3남 철주씨 (중요무형문화재후보)에게 전수되고 있다. 부인은 20년전에 사별했다.(글 김광번기자)(사진 최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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