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의 글 받으려고 어민까지 생사 건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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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선통신사의 선단이 세도나이해를 건너가노라면 연안부락의 일본인들이 배를 몰고와서 구경했다. 그러나 단순한 구경이 아니었다· 통신사를 직접 만나서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했다.
최근 일본에서 발견된 일인기록『어월견일기』 (1748년10차통신사당시)를 보면 무로쓰(실진) 근방의 어민들이 작은 배를 타고 통신사가 탄 큰 배에 접근하다가 그만 깔릴뻔 했다.
보다못한 통신사가 그들을 건져주라 이르고 떡과 엿을 푸짐하게 선사했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글을 받는 일이었다·조선선비의 글이라면 쓰다버린 종이라도 귀하게 여기던 그들이었기 때문에 통신사 일행이 정식으로 써준 글이라면 가보나 다름없이 귀한 선물이었다. 마침 날씨가 좋고 바람이 없어 배안에 있던 통신사 일행은 기분이 매우 좋았던 것 같다·피리와 장구소리가 세도나이해에 울려퍼졌다고 적고 있다. 박성수<정문연한국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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