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인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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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은 「어버이 날」이다. 어버이의 은혜를 기리고, 부모와 웃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더욱 새로이 하여 단란한 가정, 화목한 이웃, 명랑한 사회를 이룩하자는 날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날 어버이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꽂아 드린다.
물론 바다처럼 넓고 산처럼 높은 어버이의 은공이 한송이의 카네이션으로 보답되거나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이 날」 에 이어 맞는 「어버이 날」의 빨간 카네이션은 마치 경종처럼 우리에게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지는 인륜의 관계, 가정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점차 퇴색해가고 있는 「효」의 문제인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효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부모님을 섬기고 봉양하는 것」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것이 효인가는 쉽게 대답하기가 어려운 것이 오늘의 우리 교육이요, 시속이며, 또 세태다.
물론 효의 근본뜻은 어른만을 위한 일방적인 것만이 아니라 「부자자효」의 인륜이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달라지면 사회의 윤리규범도 함께 변하게 마련이다. 어제의 규범이 오늘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구문화의 격랑속에서, 급변하는 시대적 조류속에서, 또 산업사회를 지향하는 가치관의 혼란과 변혁속에서 우리의 전통적 가치를 매몰시키고 있다. 따라서 현대는 분명히 새로운 윤리와 생활규범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효는 다르다. 우리의 사고와 생활양식이 바뀌었다고 함께 달라질 수 있는 규범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덕목의 하나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덕성 그자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일 효의 가치와 질서가 무너진다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인간상실·인간부재의 상황이 되어 버릴 것이다.
따라시 효는 동서고금을 초월한 최고의 도덕률이다. 사람과 믿음 존경 희생이 없는 인간관계란 상상할 수가 없다.
이처럼 효의 근원은 불변의 것이나 그것을 실천하는데는 새로 운시각과 해석이 필요하다.
효는 한마디로 평화로운 가정에서 출발한다. 효는 부모에 대한 지은과 감은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인정의 발로인 것이다. 부모에 대한 존경의 마음,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인간존중의 사상이며 바로 현대적 윤리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와 자식사이에 서로 존중하고 친애의 정이 넘치는 평화롭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는 것이 효의 궁극적 목표인 것이다.
오늘의 시속을 보면 효는 우리생활에 남은 최후 일편의 인륜같다. 인간이 인간됨을 지킬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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