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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가 부하직원 음주운전 안 말리면 함께 입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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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과 경찰이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를 몰수하고 음주운전을 예상하고도 술을 제공한 업주도 처벌키로 했다.

음주운전 5년 내 5회 땐 차량 몰수
대리운전 힘든 곳서 술 팔아도 입건

법조계 “입증 어렵고 형평성 논란”
현재 경찰 인력으론 조사 확대 한계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처벌 기준이 25일부터 시행된다”고 24일 밝혔다. 검경의 새 기준에는 음주운전 적발 전력이 있는 운전자가 음주 사망사고를 내거나 5년 내에 5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차를 몰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음주운전자의 차량이 몰수된 사례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해당 대상이 분명하지 않았다.

2013년 제주지검은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 A씨(45)의 ‘체어맨’ 차량을 몰수했다. A씨는 1996년부터 2012년까지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운전으로 여덟 차례 적발됐다. 그리고 2013년 8월 무면허인 데다 음주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2㎞가량 운전하다 다시 적발됐다. 당시 제주지검 관계자는 “형사처벌만으로는 재범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 차를 압수했다. A씨도 소유권 포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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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은 음주운전을 부추기거나 유발하는 사람도 방조범으로 입건할 계획이다. ▶음주운전 할 것을 알면서도 차 키를 제공한 자 ▶음주운전 권유·독려·공모한 동승자 ▶직장 내에서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사람의 음주운전을 방치한 자 ▶음주운전이 예상되고 대리운전이 어려운 지역에서 술을 판매한 업주 등이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초동 수사 때부터 음주 동석자와 목격자, 식당 업주의 방조 혐의를 면밀히 수사해 음주운전을 조장한 사람을 엄벌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자 처벌도 강화된다. 검찰은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인명피해를 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이 죄의 법정형은 다친 경우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다.

검경은 음주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징역 3년 이상을 구형할 계획이다. 사망자가 많으면 징역 7년 이상을 구형하기로 했다. 경찰도 출근 시간이나 낮 시간대의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고 20~30분 단위로 지점을 옮기기는 ‘이동식 단속’을 늘리기로 했다.


▶관련 기사   김수남 “사망자 낸 음주운전자, 살인범 준해 처벌해야”



음주운전 단속·처벌 강화에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뜻이 반영됐다.

김 총장은 지난달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는 살인범에 준해 처벌받도록 하고 동승자를 처벌하는 외국 사례를 파악해 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상사의 음주운전 방조를 입증하기가 어렵고 법 집행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원한 한 판사는 “일반적으로 방조죄 적용은 범죄를 돕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있는 경우로 국한된다. 따라서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았다고 방조죄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면이 있다. 또 차량 몰수 조치도 본인 소유 차량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단속된 음주운전자를 조사하는 경찰관은 전국에 약 2500명 있다. 매년 음주운전이 약 25만 건 적발되는데 동승자·동석자·술집 주인을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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