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계파청산 직언하라” 퍼붓자 … 최경환 “고민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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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경환(사진) 의원은 4·13 총선 뒤가 주목받는 정치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친박계의 구심 역할을 하기 위해 당 대표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총선 참패로 그는 22일 경북지역 당선자 모임에 참석하기 전까지 지난 8일 동안 두문불출했다.

친박계 당대표 출마 점쳐졌지만
“생각할 시간 달라” 결정 미뤄
나경원은 서울 당선자들과 모임

그런 최 의원의 면전에서 “대통령께 계파 청산을 하라는 직언을 하라”고 동료 의원이 퍼붓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에 3선이 된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이었다.

경북지역 새누리당 당선자-경북도 정책간담회가 끝난 뒤 의원들끼리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강 의원은 최 의원에게 “최 의원이 안 나온다면 경북을 대표해 내가 전당대회에 나갈 테니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강 의원은 “경북이 대통령을 뒷받침하면서 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느냐”며 "이제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최 의원이 대통령에게 계파를 청산해야 한다고 직언을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 의원은 “고민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강 의원은 전했다.

박명재(재선·포항 남-울릉) 의원은 “전당대회에 중구난방으로 출마하지 말고 대구·경북 의원들은 내부 조율을 거쳐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지금은 당권 도전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서울지역 당선자들도 이날 모임을 갖고 “영남 중심의 정당에서 탈피해 수도권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서울 49석 중 12석을 건졌다. 서울지역 최다선인 나경원(4선) 의원이 마련한 이 자리에는 김성태(3선·강서을), 이종구(3선·강남갑), 이혜훈(3선·서초갑), 오신환(재선·관악을), 이은재(재선·강남병), 정양석(재선·강북갑), 지상욱(초선·중-성동을) 당선자가 참석했다.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나 의원은 “새 원내대표는 꽃가마 타는 자리가 아니다. 헌신적으로 일해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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