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학 99%기 공산주의에 환멸|일 쓰꾸바대「후꾸다」총장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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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정부상태가 야기되었던 지난60년대의 안보투쟁을 분기점으로 하여 일본의 학생운동은 어떤 변천과정을 거쳐왔는가. 특히 공산주의 사상이 일본 대학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서울에 온「후꾸다」(복전신지·이학박사·64)일본 쓰꾸바(축파)대학총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본다.
「후꾸다」총장은 세계평화교수협의회가 호텔 신라에서 개최하고있는 이데올로기 세미나에 참석,「일본의 대학과 공산주의」에 대해 강연한바있다. 그는『핵물리학의 기초』등 10여권의 책을 펴낸 일본물리학계의 원로이며『국제화시대와 대학』『21세기에의 비전』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하면서 교육개혁을 주장해왔다.
-과거 50∼60년대에 일본의 대학과 사회에서의 공산주의 운동이 격심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어떤가. 그러한 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공산주의에 흥미를 보이고있는 학생은 전체의 l%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들도 몇%뿐, 그것도 공산당원이라든가 적군파 같은 과격파들이 대부분이다.
과격파의 중심은 역시 나리따(성전)공항에 몰려있는데 비행장 설치에 계속 반대하고있다.
그러나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방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큰 거리감이 생기고 있다. 과격파들은 사실상 테러집단이다. 일반 학생들은 그들의 반 핵이나 공산주의운동에 대해 시큰둥해하고 있다.
-대학에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등 이데올로기에 대한 세미나가 자주 열리는가.
▲세미나 자체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주의에 관련된 서클활동도 극히 적다. 쓰꾸바 대학의 경우 학생 1만 명중에 약1백 명 정도가 그 같은 서클에 참가하고있을 뿐이다 다른 대학도 역시 우리와 비슷하다.
공산·사회주의가 이제 학생들에게 거의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낡은 사상이며 어디까지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공산주의 운동은 60년의 안보투쟁(미일안보조약 개정에 반대하는 반정부운동으로 전후 일본역사에서 최대로 고조된 사건)을 분기점으로 크게 전환되었다.
당시 공산당은 이 운동을 혁명운동으로 확대시키려했으나 좌절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학생운동 지도자중 다수가 공산당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파가 점령하고 있었던 조일 신문 등 큰 신문사들도 방향을 전환, 투쟁의 종결을 호소했다.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이 없어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옛날에는 공산주의야말로 일본과 같은 가난한 나라에 희망을 가져다주는 사상이라고 생각하여 소련과 중공에 과다한 기대를 가졌다. 빵에 굶주린 대학교수도, 학생도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부르짖었던 때였다. 그러나 이제는 소련과 중공의 실정이 여실히 드러나 그러한 주의가 행복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일본의 학생들이 마르크스-레닌주의 환상에서 벗어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생활이 매우 윤택해졌다는데 있다. 지금은 동 배를린 학생들도『우리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소련의 군사력이 무서우니까 도망가기가 힘들뿐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만약 일본이 경제적으로 소득재분배가 잘 되지 않고 빈부격차가 심했다면 공산주의 환상으로부터 깨어나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보는가.
▲그 같은 경우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의 실상이 죄다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대단한 정도는 되지 못할 것이다.
-「후꾸다」총장은 대학생시절에 공산주의 운동에 가담한 적이 있는가.
▲없다. 내가 학교 다니던 전쟁 때는 공산주의 활동이 불가능했다. 전후 공산주의활동이 활발했을 때 나는 대학 교직원으로 취직해 있을 때인데 그때 후배들이 찾아와 공산주의 운동에 동참하자고 요청해 왔으나 나는 관심만 보였을 뿐 이데올로기 활동에는 전혀 나서지 않았다. 그것이 어디까지나 허망한 이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혁명운동이라는 것은 과거에「마르크스」「레닌」「모택동」이 말했듯이 현상의 체도를 타파하기 위해 비합리적인 활동까지도 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산당은 학원 내에 간판을. 걸고 재산을 점령했으나 대학도 사회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또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갖가지 형태의 공격을 퍼붓는 등 비합법적인 활동을 일상화시켰다.
-현재 일본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거의 없다. 데모라는 용어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사회부정을 규탄하는 소리가 있긴 하지만 그건 플래카드나 포스터등을 통해 캠퍼스 내에서 주장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대학교양과목에 이데올로기에 관한 강의도 포함되어 있는가.
▲대학에서는 하지 않는다. 중 고등학교 때 선생이 자연스럽게 가르친다.
그런데 대학시절에 학생운동이랄까 그런데 관련된 학생들은 졸업 후에 취직이 매우 어렵다. 내 노라 하는 기업에서는 그런 학생들을 채용하지 않는다. 일본 경제가 안전성장을 하고 있으니 사람이 그렇게 많이 필요치 않은데다 회사 안에 노조가 따로 있으니 운동가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우선 골치가 아프니까. 학생활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정계진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보다 훨씬「투쟁경력」을 많이 쌓은 공산당원들도 선거에서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학생운동가들은 어디까지나 졸때기일 뿐이다. 정계에 진출하려면 오히려 대학시절에 웅변대회에 열심히 나가 돋보이게 하는 것이 좋다.
-교수가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의를 할 경우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가.
▲그 같은 사상의 허상과 실상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그 자신이 좌익사상에 물들어 있을 경우 그것이 옳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이야기할 경우 학생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학생들은 공산주의 사상의 실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환상을 믿지 않을 것이다.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일어난 미일 및 서구의 학생열풍, 그리고 80년대 들어서면서 제3세계에서 소용돌이치고있는 스튜던트 파워의 장래를 어떻게 보고있는가.
▲국내외 정치문제와 분배문제에 얽혀 또 다른 위기가 일어날수 있다. 그러나 학생운동이 온건한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다른 나라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소련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 비하면 경우가 다르다. 한국은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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