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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얇게, 기능 더 다양하게 … 여성 위한 다이버 워치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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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월드 2016’서 선보인 시계 트렌드

지난달 말 스위스 바젤에서 시계 및 보석 박람회 ‘바젤월드 2016’이 열렸다. 바젤월드는 1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와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시계 전시회로 꼽힌다. SIHH와 바젤월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참여 브랜드 수이다. SIHH가 30여 개 미만의 고급 시계 브랜드가 참여하는 행사라면 바젤월드는 시계 및 주얼리 브랜드, 제조 기계업체까지 약 1500개 업체가 참가한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다양한 시계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샤넬·에르메스·구찌·디올 등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시계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바젤월드에서다. 올 한해 만나보게 될 고급시계의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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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위 ‘슬림’ 전쟁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를 여전히 패션 브랜드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젠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올해 바젤월드에서 불가리 시계는 기술력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 시계가 올해의 대표작이다. 이 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미닛 리피터를 장착했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리비옹 시계를 선보인지 2년 만에 다시 한 번 혁신을 한 것이다.

미닛 리피터는 기계식 시계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이다. 타종으로 시간을 알리는 시스템을 작은 시계에 구현하는 것은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한다. 미닛 리피터는 단순해 보이지만 소수의 고급 시계 브랜드만이 보유하고 있는 컴플리케이션(시간 외에 다양한 기능)이다. 소리를 울리는 징과 이를 두드려 소리를 내는 해머로 구성돼 있다.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는 징과 해머를 포함한 326개 부품이 케이스 안에 배치돼 최적의 소리를 들려준다. 케이스 두께가 6.85㎜에 불과해 ‘울트라 씬’ 시계 계보를 잇는다. 검은색 외관은 티타늄 소재를 ‘샌드 블래스트’ 기법으로 가공했다. 모래입자를 고속으로 충돌시켜 표면을 거칠게 표현하는 기법이다. 50개 한정 생산하는데, 현지 가격은 16만 스위스프랑(약 1억9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보석 시계 브랜드 그라프의 ‘그라프 스타 슬림 이클립스’는 두께가 6.35㎜로 얇을 뿐 아니라 무게도 현저히 적다.

컴플리케이션 경쟁

고가의 기계식 시계들간에는 컴플리케이션 경연이 일어났다. 파텍 필립의 ‘월드 타임 크로노그래프’는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를 적용했다. 파텍 필립의 1940년대 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이 시계는 가장 작고, 가장 얇은 월드 타임 크로노그래프다. 지름은 33㎜, 두께는 3.01㎜에 불과하다. 24개 도시의 시간을 편리하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창립 175주년 맞아 첫 선을 보인 파텍 필립 ‘그랜드마스터 차임’은 올해 새로운 케이스와 다이얼, 색으로 업그레이드됐다. 1700개의 부품이 사용됐고, 20개의 컴플리케이션을 갖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시계 중 가장 많은 컴플리케이션 종류를 자랑한다. 어쿠스틱 알람, 퍼페추얼 캘린더 등이 대표적인 컴플리케이션이다. 양면에 다이얼이 있어 취향과 분위기에 따라 두 개의 시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스포츠 시계 전성시대

이번 바젤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군 중 하나는 스포츠 시계다. 정장용 시계보다 용도가 다양해 시계 컬렉터와 일반 소비자 모두에게 환영받고 있다. 스포츠 중에서도 다이버 워치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일부 시계 브랜드들은 여성들도 다이빙 같은 스포츠를 즐긴다는데 착안해 여성만을 위한 다이버 시계를 내놓았다. 부케러의 ‘파트라비 스쿠바 다이브 워치’는 스포티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자랑한다.

오메가의 남녀공용 다이버 시계 ‘시마스터 플래닛 오션 마스터 크로노미터’도 주목할 만하다. 초콜릿색 다이얼의 이 시계는 스위스 계측학 연방학회(METAS)와 오메가가 함께 발표한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문페이즈 마스터 크로노미터’는 블루 다이얼에 환히 빛나는 고화질의 달 사진을 부착했다. 1969년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착용했던 스피드 마스터 시계의 새 모델이다. 선명하고 사실적인 달 표현이 인상적이다. 스테판 우르콰트 오메가 사장은 “사진을 최대한 확대해보면 우주인이 남겨 놓은 발자국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티쏘의 ‘T 터치’는 나침반, 고도계, 기상 예보 등 20가지 기능을 탑재한 100m 방수 스마트워치다. 태양광으로 충전할 수 있다.

빈티지 시계의 재발견

올해 롤렉스는 1950년대 만들어진 시계를 새로운 버전으로 내놓았다. ‘오이스터 퍼페추얼 에어 킹’이다. 숫자판의 3, 6, 9가 큼직하게 적혀있고, 분 단위를 나타내는 바늘이 길죽한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롤렉스는 1963년 처음 나온 데이토나 시리즈 신제품도 선보였다. 롤렉스 ‘뉴 오이스터 퍼페츄얼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는 타키미터 눈금이 새겨진 베젤이 핵심 특징 중 하나다.  롤렉스가 자체 개발한 블랙 모노블록 세라크롬 베젤(하이테크 세라믹 소재에 블랙 컬러를 더한 새로운 베젤)을 사용했다.

티쏘는 빈티지 모델을 스타일있게 재해석한 신제품을 내놓았다. ‘더 티쏘 헤리티지 1936’은 193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지름 45㎜ 스틸 케이스에 브라운 가죽 스트랩을 러그로 연결한 디자인으로, 초기 손목시계에 대한 오마쥬를 표현했다. 스트랩을 분리하면 시계 케이스의 뒷면을 회중시계 열듯이 열어 무브먼트의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다. 시와 분, 초를 나타내는 바늘도 우아한 빈티지 스타일이다.

샤넬의 첫 남성용 시계

샤넬은 자체 제작한 무브먼트(시계 작동 장치)를 탑재한 시계를 처음 선보였다. 남성용 시계 ‘므슈 드 샤넬’이다. 흰색과 검은색이 깔끔하게 대비되는 다이얼이 ‘샤넬’스럽다. 일단 시계 블로거와 언론 등 전문가들로부터는 “매력있다”며 합격점을 받았다. 샤넬은 기계식 무브먼트를 적용한 여성용 시계 신제품도 내놓았다. ‘프리미에르 플라잉 투르비옹’은 외부 시계 제작자와 샤넬이 협업해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샤넬 파인 주얼리&워치의 필립 무제노 사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여성들은 시계의 아름다운 디자인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젠 여성들도 기계식 무브먼트에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름다운 디자인에 기계식 무브먼트 기술을 결합하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명품 시계의 약진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디자인의 시계 컬렉션을 선보였다. 형형색색의 다이얼과 다양한 스트랩 등 패션 감각을 내세운 시계가 많이 소개됐다. 구찌 ‘르 마르쉐 데 메르베이유’는 그린, 블루 터키색, 붉은 산호색 등 세 가지 색깔의 다이얼이 있다. 시간을 표시하는 숫자가 없어 다이얼의 색감이 더욱 돋보인다. 12시 방향에 그려 넣은 꿀벌 모티브가 악센트다. 알레산드로 미켈레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새로 심은 심벌이다. 에르메스는 간판 제품인 ‘슬림 데르메스’를 다양한 다이얼 색깔과 여러 종류의 가죽 스트랩으로 선보였다. 샤넬은 핸드백 체인을 떠올리게 하는 스트랩을 손목에 두 바퀴 돌려 감는 시계 ‘프리미에르 팝 핑크’ 등을 선보였다. 새로운 스트랩 디자인의 ‘보이프렌드’ 시계도 첫 선을 보였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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