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경련 어버이연합 뒷돈 의혹의 진상을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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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에게 일당을 주고 각종 집회에 동원한 정황이 나온 마당에 전경련 지원 의혹까지 제기됨에 따라 그 배경과 배후가 주목되고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로 보이는 계좌에 2014년 9월부터 넉 달간 세 차례에 걸쳐 전경련 명의로 1억2000만원이 입금됐다. 해당 계좌엔 탈북자단체 대표에게 2900만원이 송금된 기록이 있고, 어버이연합 사무총장과 또 다른 보수단체 등으로 돈이 건너간 흔적도 나왔다는 것이다. 탈북자단체 대표에게 전달된 돈은 집회 참가 대가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전경련이 4000만원을 입금한 다음 날 전경련이 요구해 온 노동 관련 법 등 민생법안 처리 촉구집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그 관련성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건 집단적 의사 표현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그 과정이 왜곡될 경우 민주주의 시스템은 망가지게 된다. 더욱이 국내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전경련이 세월호 진상 규명 반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지지 등 집회를 해온 보수단체에 뒷돈을 대온 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일각에서 청와대 개입설이 제기되자 청와대 대변인이 부인하고 나서는 등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전경련에서 “일상적인 기부일 뿐이다” “어버이연합인지 몰랐다”는 뒷얘기만 흘러나올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온당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

시민단체의 수사 의뢰에 이어 국회 국정조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경련과 어버이연합은 자금 지원 사실이 있는지, 지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부와 연관이 있는지 등을 밝혀야 할 것이다. 검찰과 국세청 역시 조세 포탈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서야 한다. 보수단체든, 진보단체든 ‘수상한 돈’에 움직여선 안 된다. 이번 일은 어물쩍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