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거 참패하고도 집안싸움만 하는 새누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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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누리당 원로들이 4·13 총선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참패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원유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주최한 상임고문단 오찬 회동에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막중한 국가위기 앞에서 집권당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유준상 상임고문도 “선거에 져놓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는커녕 계파싸움만 해대니 국민의 화가 풀리겠나”고 나무랐다.

원로들의 지적대로 새누리당이 지난 한 주간 보여준 행태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역대 총선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하고도 그 참패의 핵심 책임자 중 한 명인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우려던 것부터 민심을 거스르는 행동이었다. 총선 전날까지 “다시 받아줄 일 없다”고 못 박았던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을 슬그머니 추진하면서 “김무성, 죽여버려” 같은 막말을 퍼부은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을 끼워넣은 것도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반면 “당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대해선 친박과 비박계가 찬반으로 갈려 싸우기 바빴다.

새누리당의 이런 혼란상을 보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뜻은 물론 원내 2당으로 몰락한 신세의 의미조차 깨닫지 못한 듯하다. 벌써 국정 현안을 야당이 주도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앞다퉈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촉구하며 야당의 금기를 깼다. 경제와 민생을 앞장서 챙겨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반면 새누리당이 총선 이후 보여준 모습은 책임의식 상실과 차기 당권을 노린 계파싸움뿐이다. 이런 무책임하고 안이한 자세로는 내년 대선을 비롯해 어떤 선거에서도 무너진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집안싸움을 멈추고 중도개혁파를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다음달 초 선출될 새 원내지도부를 합리·개혁적인 인사들로 구성해 변화 의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