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야, ‘경제 특위’ 당장 열고 민생살리기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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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대 국회의 주도권을 가진 야권이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선의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20일 “20대 국회가 열리는 대로 여야가 경제 살리기 방안을 논의하는 ‘경제위기극복 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종인 대표도 정부에 경제 전반에 대한 청사진 제시를 요청하면서 “더민주도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20일 “민생이 최우선”이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 청년실업 문제를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정부가 4월 임시국회 중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법안들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면 협의하겠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야권이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옳은 방향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국정을 공동으로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절실하다. 그것이 유권자의 요구이며, 수권 정당의 자격을 입증하는 길일 것이다.

여야가 총선에 올인한 동안에도 우리 경제는 추락을 거듭했다. 한국은행은 19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8%로 줄였다. 휴대전화·반도체·조선 등 핵심 산업들이 줄줄이 성장을 멈췄거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결과다. 청년실업도 지난달 역대 최고 수준인 11.8%를 기록했다. 대학 졸업 후 5~6년이 지나도록 취직을 못해 ‘만년 알바’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가슴에 맺힌 피멍을 정치권이 해소해 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민란’ 수준의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당장 40여 일 남은 19대 국회에서부터 여야는 사활을 걸고 경제 살리기 입법에 나서야 한다.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회기 내에 처리해 일자리 창출에 힘을 실어 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세균 의원이 제안한 경제 특위를 앞당겨 열어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신성장산업 육성 등 우리 경제를 살릴 근본 해법에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이렇게 여야가 당리당략을 버리고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도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초비상 상황이다. 만일 두 야당이 선명성 다툼이나 하던 구태로 돌아간다면 여당에 쏟아진 국민의 회초리는 곧바로 야권으로 향할 것이다. 당장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사흘 전 “청문회·국정조사 등 모든 의회권력을 발휘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8년의 적폐를 타파하겠다”고 주장했다가 당내에서조차 “우리가 혁명군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는 비난에 휩싸이자 “민생 정책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물러섰다. 하지만 더민주나 국민의당 당선자들 면면을 보면 천 공동대표처럼 무슨 계기만 생기면 ‘운동권 본색’을 드러낼 인사가 적지 않다. 김종인·안철수 대표는 민의를 거스르는 이런 움직임을 단호하게 걸러내고, “문제는 경제다”고 외쳤던 총선 때 초심 그대로 경제살리기에 당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