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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야당도 힘 실어준 산업 구조조정, 늦출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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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충실한 실업 대책을 전제로 “제대로 된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외환위기 때처럼 부실기업에 돈을 대줘 생존을 연장시키는 구조조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을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킬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기존 4대 개혁에 산업개혁을 더해 ‘4+1’로 추진하겠다”며 “구조조정 문제는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뜨거운 감자’에 대해 모처럼 여야를 넘나드는 공감이 이뤄진 셈이다.

산업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한국의 주력산업은 성숙기에 들어섰거나 이미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해운·철강·유화·건설 같은 중후장대 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수출 감소와 경쟁력 약화로 업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자동차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200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4500명 이상 감소했다. 수출 대기업과 생산기술 중심의 전통적인 산업구조로는 성장은커녕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방증이다. 전통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새 산업을 발굴하는 산업개혁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야는 총선에 매달리며 구조조정을 외면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범정부구조조정협의체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쉬운 해고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역주행했다. 야당은 노조 등 지지세력을 의식해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다.

다행히 김종인 대표와 유일호 부총리의 발언으로 구조조정 동력이 되살아나게 됐다. 늦춰야 할 핑계거리도 사라졌다. 절호의 기회지만 내년 대선을 감안하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정부와 채권단, 국회가 서로 앞장서며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인기가 없어도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누군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