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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일단 오래 앉아 버티는 습관이 중요…계획한 시간 꼭 지켜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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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명고 김주훈군

컨디션 상관없이 매일 7시간 자습 습관
중요한 건 빨강, 밑줄은 파랑 ‘3색 필기’
이해 안되는 수학 문제, 풀이 통째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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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군은 방과 후 2시간은 무조건 그날 배운 교과를 복습한다.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한번 복습을 미루면 결국 끝까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부는 양보다 질이라는 얘기가 있다. 책상 앞에서 오랜 시간 앉아 많은 분량을 공부한 것 같아도 정작 머릿속에 남은 게 없다면 제대로 공부한 게 아니란 얘기다. 수명고 전교 1등 김주훈(3학년)군의 얘기는 좀 다르다.

“머릿속에 얼마나 남는지는 나중 문제고, 일단은 오래 앉아서 많은 양을 들여다보는 게 공부의 첫 단계”라고 말한다. “부족한 과목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김군의 지론이다. 1학년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비결도 “공부가 잘 안 되는 날도 계획한 시간 동안에는 책상 앞을 지켰다”는 성실한 태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쉬는 시간에 필기 옮겨 적으며 5분 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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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군

김군은 매일 7시간 이상 자습을 한다. 독서실에 도착하면 바로 그날 배운 교과서를 펼쳐놓고 2시간 동안 복습을 한 뒤, 과제나 수행평가 등을 마친다. 이과 학생인 만큼 수학 성적 관리가 중요해 매일 2시간 이상은 수학 공부에 투자한다. 국어와 영어, 과학 탐구영역 등도 30분~1시간씩 빠짐없이 진도를 나간다. 김군은 “한번 자습을 시작하면 3시간은 꼼짝 않고 공부에 집중하고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며 “공부할 게 많아 자습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시간씩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군은 “공부하기 싫고 딴생각이 들어도 정해둔 시간에는 절대 자리를 뜨지 않는 게 원칙이다”라고 강조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딴생각을 하다가도 눈앞에 책과 문제집밖에 없으니까 다시 공부하게 되지만, 자리를 뜨면 공부로 되돌아오는 시간이 훨씬 길어진다”는 것이다.

대신 쉬는 시간을 30분 정도 충분히 가진다. 그는 “독서실 주변을 한 바퀴 돌며 바깥 공기도 마시고, 간식도 먹으면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다시 집중할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학교에 있을 때도 허튼 시간을 보내는 법이 없다. 수업이 끝나도 바로 교과서를 덮지 않는다. 김군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한 내용은 전부 연필로 필기해뒀다가, 쉬는 시간에 3색 볼펜으로 다시 옮겨 적는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 50분 동안 나가는 진도는 많지 않아, 5분만 투자하면 깔끔하게 다시 정리하며 복습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군은 “수업 직후에 필기를 다시 적다 보면 배운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기억난다”며 “이 잠깐의 시간을 놓치면 배운 걸 기억해내기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습관을 빠뜨릴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3색 볼펜으로 필기할 때 김군만의 원칙이 있다. “검정색은 일반적인 설명, 빨간색은 중요한 내용, 파란색은 밑줄 긋는 용도”라며 “색깔을 너무 많이 쓰면 나중에 정작 중요한 내용을 찾기 힘들다”며 “시간이 별로 없을 때는 빨간색 부분만 훑어봐도 주요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점심 시간에는 식사는 15분 만에 마친다. 나머지 시간에는 주로 수학 문제를 푼다. 김군은 “40분 정도 남는데, 그 시간이면 수능 기출문제 중 4점짜리 고난도 문제를 10개 정도 풀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졸음이 오는 날은 친구들과 밖에 나가 풋살(간이 축구)을 하기도 한다. 그는 “땀을 쏟을 정도로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 다음 수업에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고 했다.

주중에 열심히 공부한 만큼 주말이면 늦잠을 자거나 TV를 시청하며 휴식을 취할 법도 하다. 하지만 김군의 주말 시간표 역시 평일과 다르지 않다. 등교하는 날과 비슷하게 일어나 독서실과 학원을 오가며 공부를 이어간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도 학교 수업과 마찬가지로 그날 바로 복습하고, 과제도 미루지 않는다. 김군은 “경험상 ‘다음에 하겠다’고 한번 미루면 결국 끝까지 못한다”며 “당일 배운 내용만 복습하는 건 사실 공부할 분량도 적고 기억도 잘 나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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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장은 모르는 단어 개수만큼 페이지마다 포스트잇을 붙였다(왼쪽). 수업 시간에 필기는 연필로 하고 쉬는 시간에 3색 볼펜으로 다시 쓰며 복습한다.

시험 끝난 후 부족한 부분 보완 계획 짜

김군의 책상 위 달력에는 공부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다. 중간·기말고사나 모의고사를 마칠 때마다 월간·주간 단위의 공부의 큰 흐름을 잡고, 일일 계획은 전날 자습을 마치며 세운다. 김군은 “시험을 보면 내 약점이 무슨 과목, 어느 단원인지 확실하게 감이 온다”며 “해당 내용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후 공부 계획을 짠다”고 말했다. 수능 모의고사를 볼 때 수학 과목에서 적분 문제를 풀기 어려웠다면, 이후 2~3주에 걸쳐 수학 문제집의 적분 단원에 해당 문제를 샅샅이 찾아 풀어볼 수 있도록 시간을 안배해 계획을 짜는 식이다.

지난해까지 김군이 가장 애를 먹었던 과목은 영어다. 중학교 때 외국어고 진학을 준비했을 정도로 영어에 자신이 있었지만 모의고사를 보면 유독 ‘어법’ 영역에서 오답률이 높아 골치가 아팠다. 김군은 꼬박 한 달 반을 어법 공부에만 쏟았다. 유명 학원의 인터넷 강의를 듣고, 일주일에 100문제 이상 꼬박꼬박 풀고, 자꾸 틀리는 패턴은 전부 암기했다.

일례로 ‘현재분사 뒤에는 반드시 목적어가 와야 하고 과거분사면 목적어가 없어도 된다’거나, ‘관계부사와 접속사 뒤에는 주어와 동사가 갖춰진 완벽한 형태의 문장이 오는데 관계대명사 뒤에는 불완전한 문장이 온다’처럼 어법에 자주 등장하는 문제의 패턴을 공식처럼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오답에 대한 복습도 철저하게 했다. 김군은 “실수로 틀리는 문제는 없다. 틀린 문제는 무조건 내가 모르는 것”이라며 “답만 대충 맞춰보는 게 아니라, 보기 1~5번까지 왜 맞고 왜 틀리는지를 나 혼자 해설지를 쓴다는 생각으로 정확하게 따져볼 수 있을 때까지 반복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약점을 보완하려면 무조건 많은 양을 꾸준히 입력하는 게 관건”이라고도 했다. “적당량을 대충 보는 방식으로는 부족한 실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김군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모의고사를 보면 다 맞거나 한 문제 정도 틀리는 수준인데도 학원까지 다니며 실력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수학 과목을 자습할 때 사용하는 주 교재는 수능 기출문제다.

김군은 “이해가 잘 안 되는 고난도 문제는 풀이 과정을 통째로 외워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 기출문제 중에 4점짜리 고난도 문제의 경우 문제만 봐도 답과 풀이 과정이 다 기억날 정도로 반복해 풀었다”며 “평범한 문제를 여러 개 풀어보는 것보다 수능 기출문제를 암기할 정도로 반복해 보는 게 실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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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고 싶다’ 바람이 전교 1등 비결

김군은 자신의 성적 비결로 “싫어하는 과목이 없다”는 걸 꼽았다.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면 ‘싫고 귀찮다’는 마음보다 ‘잘하면 정말 멋있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런 생각 덕분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학년 때 한국사를 처음 배우면서는 ‘선생님보다 더 역사에 대해 많이 알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 수학보다 더 열심히 하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전교 1등을 하겠다’는 목표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배운 내용을 충실하게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면 저절로 공부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자습을 시작할 때마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 계획을 적은 탁상 달력을 보며 “오늘은 이걸 하면 되는구나. 아, 좋다”라고 얘기하는 습관도 있다. 김군은 “일종의 자기 최면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으면 힘들어 보이던 것도 어느새 뚝딱 완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공부에만 몰두하는 건 아니다. 김군은 “시험이 끝나는 주의 주말에는 책도 펼쳐보지 않고 친구들과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신나게 논다”고 얘기했다. 그는 “주말을 온통 놀고 나면 뭔가 상을 받은 것처럼 기분 전환이 된다”며 “이 기분을 원동력 삼아 다음 시험까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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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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