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선진화법, 19대 국회 문닫기 전 개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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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 3당이 어제 21일부터 한 달간의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했다. 계류 안건 처리를 위해서다. 지금 국회엔 1만 개가 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다음달 29일까지인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비타협적 무한 정쟁으로 ‘입법 비상’이 일상화된 19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마지막 기회다. 이번 총선에서 성난 민심은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했다. 안보·경제 위기에 눈감고 계파 싸움에만 몰두한 정치권을 단죄한 것이다. 4월 국회는 이제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3당 체제로 정국이 바뀐 상황에서 각자의 주장만 거듭해 국회가 공전과 파행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우려다. 새누리당은 지도부 와해 속에 낙선 의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더민주는 쟁점 법안에 대한 태도를 바꿀 기미가 없다. 게다가 19대 국회에서 쟁점으로 남은 법안은 여야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서 있는 것들이다.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서비스발전기본법은 18대 국회에서도 임기 만료로 폐기된 데 이어 또다시 같은 운명에 직면했다. 여야가 옥신각신 입씨름 중인 노동개혁 법안도 비슷한 처지다. 민생경제 법안과 세월호특별법의 빅딜,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 공조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양당 구도 개혁을 주장한 국민의당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끝없는 대치가 아닌 협력의 결과물을 기대한다.

특히 식물국회 주범으로 꼽히는 국회선진화법은 19대 국회가 문닫기 전에 스스로 손질하는 게 바람직하다. 선진화법은 동물국회를 사라지게 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식 법안 제동, 양당 간 주고받기식 법안 거래 관행으로 지탄받았다. 민생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5분의 3 조항’ 악용을 막는 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 선진화법은 18대 국회가 19대 국회에 남긴 나쁜 전례다. 20대 국회를 위한 새 국회법을 만드는 건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