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세월호 참사를 보고 정치인이 되기로 마음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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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지 TONG청소년 기자의세월호 2주기 수원 추모 행사 취재기

세월호 침몰 2주기를 맞아 분향소와 집회 등의 다양한 활동이 활성화됐다. 어른들, 청소년들, 어린이들 등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수원역광장에서 3월 15일부터 진행된 세월호 추모행사에 참여했다.

수원역광장분향소

처음 취재를 갔을 때 초,중,고 교사들이 제자들을 이끌고 노란리본을 제작하고, 서명운동을 홍보하고 있었다. 총 관리 하던 선생님은 청소년기자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경계했다. 이미 몇번 큰 언론에 데인 경험이 있어 인터뷰하기엔 많이 꺼려진다며 간단히 행사에대해 설명만 해주시고 급히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셨다. 서로를 불신하고 경계해야만 하는 현실에 씁쓸히 돌아서고 첫 취재에 실패했다.

시민들이두고간애도의꽃송이들


시민들이 두고 간 애도의 꽃송이

주말과 평일 가리지 않고 찾아가 서명하고 추모에 참여하며 취재할 기회를 엿보다 행사 마지막 날, 다시 용기를내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행히도 세월호 수원시민 공동행동 유주호 대표님이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주셨다.

시민들이촛불을켜고강의영상을시청하고있다.

시민들이촛불을켜고강의영상을시청하고있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가 어디가요?

"세월호 수원시민 공동행동회입니다. 수원 지역에 있는 풀뿌리 작은 단체부터 시민사회 단체들이 모여 활동하고있습니다."

희생자들의신발과이름을진열해두었다.

희생자들의 신발과 이름을 진열해 두었다.

"세월호 참사 700일이 되던날이 3월 15일이었어요. 그 때 저희가 기억,약속,행동의 기자회견을 이 곳에서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약속하고 행동하겠다는 다짐으로 저희가 (희생자들의)신발을 모아서 앞에 펼쳐놓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 날부터 쭉 행사를 했고 연속강연과 분향소를 매일 저녁 진행했어요. 오늘 마지막으로 수원 시민선언을 하고, 내일(04.16) 안산과 서울을 오가는 노란버스를 운행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사를 주도하고 참여하고 계신가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파했을 참사라서, 첫회엔 추모였지만 이젠 자발적으로 기억하고 약속하고 행동하는 모임이 되었습니다. 이걸 하기 전에 저희가 수원지역 약속,행동 강연회를 했었어요. 첫번째는 '대한민국의 평화 어디로 가나?' 두번째는 '위안부 한,일 합의,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유경근 아버님이 직접 강연 하셨어요. '세월호를 잊으면 대한민국이 잊혀집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세 강사가 했던 얘기에 똑같은 단어가 있었어요. 참사. 통일에 대한 남북교류에 대한 참사, 민족적 정서와 외교적 참사, 그리고 아이들의 죽음 속의 대한민국 참사. 왜 이런나라가 됐는지, 좀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를 담아 이렇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권민지기자도취재는잠시접고추모에참여했다.

기자도 취재는 잠시 접고 추모에 참여했다.

촛불을켜기위해초를찾고있는어린이

촛불을 켜기 위해 초를 찾고 있는 어린이.


-그렇다면 유가족과 단체들이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요.

"유가족이 원한 특별법은 제대로 된 조사권,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인데 그런 것들이 거의 반영이 안됐고 특조위(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조차도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하고 지금 특별법 상 6월이면 해산되는 걸로 되있어요. 10명이 넘는 당선자가 특별법 개정을하겠다고 약속을했어요. 이 약속이 지켜질 수있도록 저희들은 꼭 감시를 할 것이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반드시 심판할 것 입니다. 이번 선거에 그런 국민의 마음이 모아져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까 국민의 마음을 들어주는 정치를 하길 바랍니다."

율천고PLAY의공연,세월호참사당시를마임으로표현하고당시상황을낭독하고있다.

율천고PLAY의공연, 세월호 참사 당시를 마임으로 표현하고 당시 상황을 낭독하고 있다.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촛불을 들어 애도하는 마음을 함께한 시민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살인입니다. 어른들의 책임이죠.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가장 큰 잘못. 올바르게 아이들이 자랄 수 있는 사회적인 토대나 양심이 살아있는 사회를 물려주지 못하고 이렇게 어린 학생들이 희생될 수 밖에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간 건 아마 부모님 세대나 나의 세대의 잘못이 아닐까요. 학생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조금 더 양심적이고 좀 더 아름답고 건강한사회가 되었으면 해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염형만(52) 시민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까지 세월호말고도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참사, 대구지하철 등의 여러가지 참사들이 있었는데, 그때도 안전사회를 만들기위한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아서 계속 재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재발을 방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세월호에 대해 온갖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최승재(41) 시민

율천고PLAY의공연,안일한국민들의마음을일깨우고있다.

율천고 PLAY의 공연. '저희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사람들의소리가 듣기싫었습니다.저희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보았습니다.

"세월호의 선장같은 무책임한 직업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선 안 되죠. 배에 탄 모두가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살렸어야 했는데... 화가 나요." 김송이(19)

"안타까운 일이죠. 선배들 수백명이 이 사고 하나로 돌아가신 거니까. 또 잊으면 안 되겠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김기훈(17)

이용규 학생의 편지 낭독

이용규 학생의 편지 낭독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냥 단순 사고라고 생각하세요. 사고는 맞아요, 사고인데 국가가 지켜주지 못했다면 저는 그걸 특별재난이라고 보거든요? 근데 집권 여당의 태도나 일베 무리들이 하는 말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참 아쉽게 느껴집니다. 우리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 그림자가 나타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용규·청명고등학교


이날 참여한 사람들이 우리가 사회에게 외치고 싶은 말, 바뀌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정치인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무엇보다도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지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비웃을 게 아니라 같이 슬픔에 공감하고 참여하면서 대한민국이 한층 더 성숙해진 민주적인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용규(청명고등학교)


"가장 먼저 우리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될 것 같고, 정치에서 국민의 힘들이 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염형만(52) 시민

"일단 높은 분들께서 국민, 약자들의 말과 마음에 귀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기훈(17)


"(학생들의 안전에)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어요. 교통수단 같은 것들에도요." 문재혁(17·장안고등학교)

"학생들도 또래 언니 오빠들의 희생으로 공감하고 많이 아파했을 것 같은데, 함께 슬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회적 문제에 대해 조금이나마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주 사회 일원으로서 한몫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최승재(41) 시민

율천고학생들의추모합창

율천고 학생들의 추모 합창

시민들, 학생들을 인터뷰하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슬퍼하고 씁쓸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정권조차 주어지지 않은 청소년들의 참사, 모호한 진상. 100세 인생 적어도 80년은 더 살 청소년들은 2년 전 이 날을 잊지 않고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응할 것이다.
글·사진=권민지(수원 숙지고 3)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 사회문제 연구소 숙지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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