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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열세라던 조응천 40% 얻어 당선 ‘엉터리 여론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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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틀려도 너무 틀렸다. 20대 총선 여론조사가 고장 난 풍향계처럼 오류를 양산해 ‘무용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만 14일 현재 934건에 달한다. 하지만 여야 모두 주목한 ‘관심 선거구’ 여론조사마저 빗나갔다. 현실을 왜곡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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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선거구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오 후보를 12%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다. 지난 7일 MBN이 발표한 서울 은평을 여론조사(리얼미터 조사)도 마찬가지다. 무소속 이재오 후보가 27.5%의 지지율로 더민주 강병원 후보(18.2%)를 여유 있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강 후보가 36.7%를 얻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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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인 중부일보는 역시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월 28일 경기 남양주갑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가 46.1%의 지지로 더민주 조응천 후보(23%)를 두 배 이상 앞선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개표 결과는 조 후보(40.1%)가 심 후보(39.8%)를 박빙의 승부 끝에 이겼다.

주부·고령층 많은 집전화로 조사
응답률 낮고 표본 적어 현실 왜곡

내내 뒤지던 정세균·김영춘 등
실제 득표율 올라 잇단 뒤집기 승

지난 4일 대전일보가 충청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대전 서구을 여론조사에선 새누리당 이재선 후보가 40.3%, 더민주 박범계 후보가 24.6%였다. 실제 선거에선 박 후보가 49.5%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여론조사와 박 후보 지지율은 25%포인트나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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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더민주 김종민(논산-계룡-금산) 후보나 김영춘(부산 진갑)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앞선 적이 없었으나 모두 당선됐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업계를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반성문을 썼다, 그는 “유선전화 조사만으로는 이제 선거 여론조사를 하기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여론조사가 무용지물이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집전화(유선전화) 조사’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컴퓨터를 활용해 무작위로 번호를 만들어 집으로 전화를 거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다 보니 응답률이 낮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20~30대의 경우 낮 시간대 집에 있는 경우가 드물어 표본 수를 채우지 못하면 인구 비례에 따라 가중치를 두곤 한다.

예컨대 지난 4월 4~5일 한 매체가 발표한 서울 강서구 총선 여론조사의 경우 표본 500명에 응답률은 5.8%에 불과했다. 500명을 채우려면 이 업체는 2만5000번 이상 전화를 걸어야 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20~30대를 채우지 못하면 보통 가중치를 곱해 전체 20대의 여론이라고 발표한다.

고려대 박유성(통계학) 교수는 “집전화를 없앤 사람도 많고, 집에선 전업주부나 고령층이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 유선전화 조사는 전체 계층을 대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동응답장치(ARS) 조사는 유선전화 여론조사보다 더욱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 후보·업체 결탁해 결과 악용도
혼란만 부른 여론조사 무용론 대두

여론조사가 여론 조작에 악용되기도 한다. 검찰이 수사 중인 20대 총선사범 1451명 중 여론조작사범이 114명(7.9%)이나 됐다. 주로 후보자와 지역 언론사 간부, 여론조사업체 대표가 결탁해 여론조사를 하거나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허위 분석보고서를 선관위에 제출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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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주모(55·여)씨의 경우 소속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일반 유권자 대상 조사 결과인 것으로 만들어 지역 S일보에 두 차례 기사화하게 한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기사엔 ‘주 예비후보가 4선 현역인 이미경 더민주 의원보다 당선 가능성이 55% 대 35%로 앞선다’는 허위 사실이 담겼다.

이소아·채승기·이유정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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