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일본의 시장개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9일 발표된 일본의 대외시장개방정책은 우리의 기대에 너무도 못미치는 것임이 드러났다. 시장개방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정처없이 앞으로 개선토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그쳐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에 실망만을 안기고 있을뿐이다.
일본정부는 불가사리처럼 돈만 번다는 세계여론앞에 굴복해 그동안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오더니 적어도 개도국의 입장에선 알맹이도 그렇다고 비전마저 없는 개방책을 내놓는 것으로 그쳤다. 미국의거센 압력을 피하기 위해서 몇가지 개방조치를 취한 반면 개도국들을 위한 대책을 우물쩍 넘겨버린것이 이른바 일본의 시장개방이다.
강자엔 약하며, 약자에는 강하다는 일본식사고의 결과일까 .온갖수단을 동원해 수입을 억제하면서 오로지 자국상품만읕 팔겠다는 일본의 상업주의를 다시한번 음미해볼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국의 끈질긴 압력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일본식 대응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일본의 오늘의 경제대국으로 일으킨 것도 따지고보면 그들의 보호주의 울타리가 쌓아올린 결과나 다를바 없다.
구체적으로 그들의 교역원칙은 입으로만 호혜며 평등일뿐 내용으로는 철두철미 경제적 국수주의임을 부인할 길이 없다.
우선 우리의 상품을 겨냥해 높이 쌓아올린 호보주의 장벽부터 그러하다.
유독 우리의 주종상품에 대해 3%의 평균관세율을 훨씬 웃도는 7%선을 적용하는것은 무엇이며, 지난해 GSP(일반특혜관세)의 혜택을 확대하면서 우리의 관심품목을 거의 외면하다시피한 까닭은 또 무엇인가. 한마디로 한국상품이 밀려든다해서 섬유류는 10∼32%, 오징어와 미역은 15%의 관세를 내야하는 것이 일본식 보호울타리다.
여기에 무려 38개에 이르는 각종 특별법도 우리로선 뛰어넘기 어려운 장애다. 아무리 세율이 낮아진다 해도 각종 법규로 막아내는한 대일수의 어려움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일본의 상혼은 또 지난해10월 한국상품을 대규모로 수입하겠다해서 극진한 환대를 받고 돌아간 일본출입촉구단을 통해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나다.
향후 6개월이내에 2천건의 출입결약을 체결하겠다는 약속을 남긴채 귀국한 그들의 실책은 바로 6개월이 지난 이날 현재 계약1백여건에 거래규모는 7천여만달러에 불과하다. 우리의 경제규모로 보아 거의 무시해도 좋을 이 거래를 위해 재계거물등 1백42명이 떼지어 찾아와 큰소리쳤는가를 묻고 싶다.
지난해의 대일무역적자가 30억달러며, 수교이래의 축적이 3백억달러에 이른다해서 우리의 상품을 사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우리가 일본상품 수입하는 까닭에 일본 또한 한국상품을 사가야한다는 호혜의 논리성을 강조할 따름이다.
일본으로선 또 한국이 GNP의 6%와 예산의 30%라는 막대한 국방비로 동북아의 안정유지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상기해야한다. 일본의 경제부흥 자체가 한국의 이같은 기여속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생각해볼때 현재와 같은 대한관은 하루속히 개선해야할 일임을 알아야한다.
한국은 이미 최첨단산업에 진입해있는 일본으로선 경쟁의 대상이아닌 협력관계의 나라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시장개방 실천계획을 앞두고 다시한번 일본측의 성의를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